월드컵의 열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모두들 한국이 16강에 들기를 소원하는 마음으로 들떠있다. 하지만 미국에 사는 한인들의 가정에는 묘한 긴장이 있다. 미국과 한국이 경기를 하게 되어 있는데 과연 어느 팀을 응원할 것인가?
우리 아이들이 먼저 물어왔다. 어떤 함정이 있는 질문인지 직감적으로 느꼈지만 거짓말을 할 수 없어서 한국을 응원한다고 했다. 그랬더니 아니나 다를까 아이들의 공격이 날아들었다.
“어떻게 미국 시민권을 딴 아빠가 미국을 응원하지 않고 한국을 응원할 수 있는가?” “미국에 살며 좋은 베네핏은 다 누리면서 왜 한국편을 드는가?”
이렇게 반문하는 아이들에게 긴 설명이 필요 없어서 난 그저 웃으면서 한 마디 했다. “자유의 나라 미국에서 야구경기를 봐도 자기가 좋아하는 팀을 골라 응원하는데 나는 그저 한국팀이 좋아 응원할 뿐이고 너희들은 미국팀이 좋으면 미국을 응원하렴”
그랬더니 아이들이 하는 대답이 싱겁기 그지없다. “나는 축구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어느 편이 이기든 관심이 없어요. 한국 많이 응원하세요.”
이렇듯 사람의 관심사에 따라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이 다르다. 어떤 사람이 목숨을 걸고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이 다른 어떤 사람에게는 조금도 흥미거리가 되지 않는 것을 보게된다. 장애인들이 스포츠 경기를 좋아하는지, 그들도 스포츠를 하고 즐길 수 있는지는 보통사람들의 관심 밖의 일이다. 이번 월드컵에 장애인들에게 약간의 좌석을 특별 배당했다고 한다.
그러나 정작 개막일이 되어도 그 표가 배부 되기는 커녕 인쇄소에서 본부로 배달조차 되지 않았다고 한다. 장애인들을 배려한다고 생색을 내기 위해 자리를 배정은 했지만 정작 축구를 보기를 원하는 많은 장애인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은 소홀하다.
최첨단으로 지었다는 초현대식 경기장에 장애인들을 위한 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것은 둘째치고 장애인들이 경기장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교통 연계시설이 한곳을 제외한 9개 월드컵 경기장에 되어있지 않다고 하니 장애인들의 즐길 권리를 언제나 헤아려 주려나.
장애인들이 스포츠까지 즐기다니 하며 짜증을 부리는 사람들까지 있다. 괜히 나돌아다니며 다른 사람들에게 불편을 끼치지 말고 집에 가만히 있어달라는 친절(?)한 부탁이다. 사람들은 장애가 생긴 것이 마치 자기 관리 소홀쯤으로 이해하고 그렇게 된 것이 전적으로 본인 책임이니 다른 사람에게까지 피해를 주지 말았으면 하는 눈치이다.
장애인들이 스포츠를 즐기기를 원하는 것은 보통사람들보다 그 열망이 더 크다. 건강한 사람도 아파서 좀 오래 누워 있다보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이 한번 마음껏 뛰어보았으면, 공을 한번 차봤으면 하는 생각이지 않는가. 장애인들은 그 누구보다도 단 하루만이라도 운동장을 마음껏 달려봤으면, 한번만이라도 공을 차봤으면 하는 꿈이 있다.
그러나 육체적으로는 움직이지 못하기 때문에 경기관람만이라도 하고픈 마음이 있다. 장애인들이 야구경기장에 앉아 경기를 즐기는 모습은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그들에게 물어보면 그 순간이 그들에게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고 한다. 갇혀 있다가 시원한 공기를 마시며 경기를 즐기는 맛이란 보통사람들이 느끼는 그것보다 더 큰 것이리라.
뿐만 아니라 미국에는 장애인들이 직접 스포츠를 즐기도록 각종 스포츠 리그들이 있다. 휠체어 농구, 휠체어 하키는 물론하반신 마비자들이 스키를 즐기도록 고안되어 있다.
장애아를 가진 부모들이여! 아이들을 불쌍하다고 옆에만 두지 마시라. 스포츠를 시키지 않는 것이 오히려 불쌍한 일이다. 경기장에 자주 데리고 다니고 쇼핑을 할 때도 동반할 것을 권한다.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장애인들의 마음속엔 누가 나를 데리고 나가지 않나 하는 작은 꿈이 상존하고 있다. 월드컵이 열리는 이 때 장애인들과 함께 팝콘을 먹으며 텔레비전을 함께 시청하여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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