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축구의 한국 첫 승 소식이 밝은 아침 햇살과 더불어 상쾌한 하루를 안겨 주었다. 하루 종일 괜히 기분이 좋았다. 아마도 뇌내 몰핀이 잘 분비된 탓일까?
며칠 전 라스베가스에 유학 온 조카와 통화를 나누었다.
월드컵 열기가 얼마나 뜨거운지 그곳 유학생들도 축구 경기를 보고 싶어서 쌈지 돈들을 각자 약간씩 추렴해서 32인치 짜리 TV를 공동으로 구입했고 케이블도 한달 간만 신청해 볼 예정이란다. 관심 있는 사람은 누구든지 와서 같이 시청하자고 연락이 왔는데 자기는 학교 다니는 아이가 있어서 갈 수가 없다고 무척 서운해했다.
나는 심장이 약한 탓에 가슴 졸이며 숨막히는 긴장감을 견딜 자신이 없어 승전 소식을 듣고 난 후 재방송 때나 볼 생각이었지만 아침잠이 많은 남편조차 새벽에 일어나 축구 경기를 시청하겠다기에 나도 옆에서 동참하기로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아뿔사! 알람이 울지 않은 탓에 눈이 떠졌을 때는 이미 5시 반이었다. 서둘러 TV를 켜니 이미 우리 팀이 2:0으로 이기고 있었다.
이기고 있다는 것이 나를 안심시켜 느긋한 맘으로 게임을 관전하고 있자니 한국 선수들의 기량이 너무나 민첩하고 실수 한번 없이 깔끔하게 공을 잘 패스하는 것이 너무나 감격스러웠다. 마치 신들린 사람들처럼 선수들이 재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이 믿기지 않았다.
4개월 전 거금을 들여 난생 처음 골드컵 축구 경기를 관전하러 갔을 때와는 기량이 엄청나게 차이가 나기 때문이었다. 코스타리카와 경기를 치룰 때 장신들 앞에서 숏다리들이 안간힘을 쓰며 공을 패스 할 때마다 공을 뺏기는 것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만 잔뜩 끌어안고 응원하다 돌아왔었기 때문에 오늘의 이 장면을 보는 순간 무엇에 홀린 느낌이었다. 오늘 이 날렵한 실력을 보이기 위해 지난번엔 일부러 연극을 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착각이 올 정도였다.
4개월 간 얼마나 열심히 연습을 했으면 이렇게 잘할 수 있을까 의아해 하며 패스를 볼 때마다 나도 모르게 “참 잘하네 잘해!”란 감탄사를 끝나는 순간까지 쉬지 않고 연발하면서 관전하게 만들었다.
게임이 신나게 끝난 후 조카도 축구 구경을 했는지 궁금해 전화했더니 아이 때문에 모임에 동참을 못하고 그 시간에 집에서 축구팀을 위해 열심히 기도를 하고 매 순간마다 인터넷에 들어가 소식을 점검해 보았다며 재방송이 되면 뒤늦게라도 그 뜨거운 열기에 잠겨 보고 싶으니까 녹화를 꼭 해달란다.
수돗물을 틀어 놓은 것처럼 땀을 줄줄 흘리며 열심히 뛰어준 선수들과 히딩크 감독! 모든 한국민에게 큰 기쁨을 안겨다준 그들에게 뜨거운 감사와 큰 박수를 보내며 다음에 있을 미국과의 대전에도 큰 기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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