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가주 한인 커뮤니티가 얼마나 눈부시게 성장하고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역이 있다. 오렌지카운티가 바로 그 곳이다. 한인 주택가로 각광받고 있는 어바인과 풀러턴 등이 좋은 예지만 이보다 가시적으로 한인 사회의 팽창을 보여주는 곳은 부에나 팍의 비치 불러버드 일대다. 불과 1~2년 전까지 만도 한인 상점을 별로 찾아 볼 수 없었는데 이제는 이 길가에 늘어선 한인 식당만 20여 개에 달한다.
유니티 은행이 부에나 팍에 본점자리를 잡았을 때 하필 그 구석에 들어가나 하고 여러 사람들이 의아해했다. 이 지역의 상업적 가치를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눈에 보이는 한인 사업체를 따진다면 소매업을 중심으로 하는 소규모 업체가 대다수를 이루고 있어서 은행 본부가 들어가기에는 저변이 너무 작다고 보일 수도 있다.
북부 오렌지카운티 한인 경제권의 특징은 비치 불러버드 주변에 국한돼 있고 업종도 한남체인, 가주 마켓 등 대형 식품점과 식당들, 또 일상용품점과 개인서비스업을 중심으로 하는 지역 소비센터에 불과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최근 2년 간 한인업체가 많이 늘었지만 이러한 특색은 바뀌지 않은 실정이다.
특정지역의 주거인구를 대상으로 하는 소비산업은 발전의 속도가 느리고 규모의 성장에도 한계가 있다는 것을 지금까지의 각 지역 한인사회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최근 갑자기 숫자가 늘어난 풀러턴과 세리토스 지역의 소매업이 벌써 과포화 상태로 투자규모가 큰 일부 업체들이 기대했던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고전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현재 기존업체들은 이러한 정체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소매업 고객의 광역화를 시도하고 있다. 즉 인근지역주민의 의존도를 줄이고 타지역에서도 고객이 찾아오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 지역에는 10개 이상의 골프장이 있고 디즈니랜드와 나츠베리팜에서 LA지역으로 돌아가는 길목에 위치한다는 지리적 여건을 이용하려는 것이다.
지역경제의 장기적이고 진정한 발전은 소비산업의 광역화로만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한인 소유기업도 단순 소매보다는 자본기술 집중형 기업으로 승화시키는 보다 미래지향적인 계획과 실현의지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이 지역은 남가주 어느 곳보다도 훌륭한 여건을 갖추고 있다고 본다.
첫째 풍부한 한인 화이트칼라 노동력과 저렴한 사무실 공간의 확보가 용이한 점이다. 풀러턴시와 세리토스시는 남가주에서 LA 다음으로 한인인구가 많은 곳이며 또 한인들의 교육수준, 생활수준이 평균적으로 높아서 고급인력의 공급이 어느 곳보다도 원활하다.
또한 가까운 곳에 살고있는 가정주부와 학생의 숫자도 많아 수준 높은 파트 타임 인력 역시 확보가 손쉬운 점이 있다. 사무실 공간 역시 주변환경이 좋고 렌트가 저렴하며 공급이 풍부하다는 것이 부동산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곳의 사무실 환경은 복잡한 LA지역과 오렌지카운티 남부 고급지역의 중간쯤 되면서도 렌트비는 LA에 가깝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이다. 창고 공장건물 역시 소형에서부터 초대형까지 공급이 풍부한 점도 장점의 하나로 볼 수 있다.
또 하나 좋은 여건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시 정부의 적극적인 편의 제공과 주류사회 주민과의 교류가능성이다. 관료적인 LA시와는 달리 부에나 팍이나 풀러턴 시는 시 정부의 규모도 작을 뿐만 아니라 지역 경제개발을 위하여 신규업체의 이주를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있다. 한인기업의 주류사회 진출이 대도시 지역보다는 교외의 작은 도시에서 훨씬 용이하다는 것을 현장 체험했다.
한인들이 좁은 LA 코리아타운에만 모여 있으라는 법은 없다. 북부 오렌지카운티지역의 한인 상권은 이제 걸음마 상태를 벗어나고 있다. 남가주 전역으로 시야를 넓히는 것이 비즈니스 업주에게는 물론 한인 상권의 팽창이라는 점에서도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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