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한인 이민 100주년이 6개월 정도 남았다. 그에 발맞춰 기념사업회와 하와이 대학이 한인작가 문학선집 ‘호랑이의 한 세기’를 출간한다고 한다.
재미한인작가들의 문학작품이 한인들의 이민사를 다양한 시각으로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미주한인 문학은 크게 두 갈래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한국계 미국문학으로서 영문으로 쓰여진 작품이며 또 하나는 대부분 이민 1세가 쓴 한국어 작품이다.
영문소설 작가로는 초창기에 유일한, 강용흘, 박인덕 등, 6.25전쟁 이후에는 김은국, 김용익, 피터 현 등이 있다. 이 중 강용흘의 ‘초당’과 김은국의 ‘순교자’는 미 평단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80년대부터는 1.5~2세 작가들이 대거 등단, 테레사 차, 박태영, 김난영 등이, 90년대에는 이창래가 ‘Native Speaker’(네이티브 스피커), 두 번째 소설로 ‘Gesture Life’(제스처 인생)으로 각종 권위 있는 상을 받았다.
초창기 작품은 자서전적으로 한국에의 기억과 풍물을 알리는데 그쳤으나 90년대 작품은 입양아들의 정체성 확립, 국제결혼, 6.25로 인한 남북 이산가족 이야기가 대부분으로 노라 옥자 캘러, 수잔 최, 이혜리 등이 활발한 저술활동을 하고 있다.
간혹 식민치하 조국의 비극적 상황, 초기 노동이민들의 참상 등을 알리는 작품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1965년 개정이민법 이후 몰려든 한인 이민 실태를 다룬 이야기는 희박하다.
모국어로 글을 쓰는 1세 작가들은 영어로 비즈니스 하는 와중에도 국어사전을 뒤적이며 글을 쓰고 있어 앞으로 이민사를 다룬 좋은 작품들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미동부한국문인협회 경우 80여명의 회원들이 열심히 모국어로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책 낸 사람들도 많아 시부문에 곽상희, 김소향, 김송희, 김영수, 김윤태, 김인숙, 김정기, 서량, 윤영미, 이전구, 이정강, 이희만, 임경자, 최정자씨 등이, 소설부문에는 박요한, 변수섭, 이자장, 임혜기, 정규택씨 등, 수필부문에는 김영란, 김옥수, 김자원, 김주상, 이계향, 이영주, 정재옥, 허선행씨 등이 있다.
이러한 작품들이 폭넓게 읽히자면 영문작품은 한국어로, 한글작품은 영문으로 번역되어야 한다. 책이 출간된 후 주위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한 두 번의 북 사인회로 끝낼 것이 아니라 도서관에 영구 기증되고 평단에도 작품이 계속 회자되어야 한다.
이는 작가 혼자 힘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정부나 뜻있는 단체에서 1년에 잘된 작품 서너 편을 선정, 번역 출판·홍보해 주는 작업이 필요하다.
사실, 미주한인들의 치열한 삶을 전달하는데 문학만큼 절실하게 전달되는 것도 없다.
예로써 LA 4.29 폭동을 두툼한 보고서나 논문으로 보는 것보다 이민 1세의 시련과 좌절, 그것을 이겨내는 1.5세와 2세들, 그 속에 담긴 애정, 슬픔, 갈등이 적절히 묘사된 장편소설 한 편이 더욱 많은 이의 심금을 울릴 수 있다.
하와이, 캘리포니아, 뉴욕, 워싱턴 등등 미국 어딜 가나 심지어 오지(奧地)조차 파고들어 뿌리 내린 한인들의 파란만장한 삶을 다룬 작품이 많이 나오면 그에 따라 한국 문학에 대한 연구도 활발해 질 것이다.
미국에서 한국의 정치나 역사, 문학 연구 수준은 중국이나 일본학에 비해 지극히 미미하다. 그나마 미국인 출신으로 한국문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사람은 극소수이다. 이제 이민 100주년 시점에서 한인문학도 재정립할 필요가 있겠다.
왜 ‘뮬란’, ‘미스 사이공’, ‘나비부인’ 만 있어야 하나. ‘플러싱’ 또는 ‘7번 추레인’(가칭) 등 한인 이민자의 삶을 다룬 소설이 나오고 그것이 또 영화나 비디오로,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제작되어 뉴요커는 물론 전 세계인에게 감동을 줄 날이 없으란 법도 없다.
그때, 우리의 삶을 인정받고 타국살이의 설움을, 조국에의 그리움을 보상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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