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을 유치할 때만해도 많은 국민들이 “남의 잔치 상 차려주는 그런 대회를 왜 유치하느냐?”며 시큰둥했다.
그 뒷면에는 한국축구의 현실을 국민들이 이미 너무나 잘 꿰뚫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죽했으면 국민의 희망이 월드컵에서 1승이었으랴. 이런 간절한 바램이 폴란드 전에서 이뤄지면서 “우리도 할 수 있구나!”하는 가능성을 만끽했다.
그러나 미국, 포르투갈 전에서 우리가 볼 제공권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미숙한 문전처리와 골 결정력 부족으로 득점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축구의 한계를 보는 듯 했다. 특히 2명이나 퇴장을 당한 포르투갈과의 졸전을 보면서 이 경기가 전 세계에 방영된다는 사실에 부끄러움마저 들었다. 박지성 선수의 현란한 개인기로 빚어낸 천금같은 한 골이 그나마 지구촌 시청자들 눈에 홈 팀에게 주어지는 특혜(?) 의혹으로 비취지나 않을까 하는 불안한 마음에 위로가 되었다.
그러나 이탈리아를 상대로 후반전에 보여준 한국팀의 경기내용은 분명 한 단계 도약한 것이었다. 이탈리아를 이긴 후 우리는 지금 4강도 마음에 안차다는 듯 우승을 목표로 온 국민이 한마음이 되어 그 꿈을 현실로 이루길 갈망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경사스런 날 마음 한 구석에는 슬픔과 걱정이 밀려든다. 그 이유는 지금 왜 이토록 온 나라가 이성을 잃은 사람들처럼 오두방정을 떨까 하는 점이다. 축구는 그저 축구경기일 뿐이다. 잘하고도 질 수 있고 또 운이 좋아 이길 수 도 있는 법이다.
거기에 죽자살자 매달려 ‘붉은 악마’라는 흉칙하다 못해 살기마저 도는 단어까지 만들어도 더 좋은 대안을 제시하지도 못하고 무턱대고 따라 하도록 내버려두는 정부와 좋지 않은 줄 알면서도 한마음이 되고자 따라 하는 국민들을 보면서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또 다른 한편으로는 그 동안 위정자들이 얼마나 국민들의 마음에서 희망과 행복을 빼앗아 갔기에 이토록 작은 공 하나에 가슴 조이며 목이 터져라 ‘대-한민국’을 부르짖으며 온 국민이 저토록 녹아나는가 하는 생각에 가슴이 아프다.
저토록 놀라운 응집력을 보여주는 국민들의 열의를 보면서 누가 우리를 모래알과 같은 민족성을 지닌 국민이라고 더 이상 말할 수 있겠는가. 다만 못난 지도자들이 정치한답시고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달성과 사리사욕을 위해 지역이니 학연이니 하면서 파벌로 갈라놓으며 열정적인 국민의 잠재력을 망각하도록 유도해 왔던 것이다.
정치인들은 이제부터라도 더 이상 국민을 우롱하지 말고 태극전사들을 응원할 때 보여준 조직력과 단결력, 그리고 응원 문화에서 보여준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거울삼아 다시 태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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