윔블던 토너먼트가 시작되기 전 영국의 한 도박장은 대회 2번 시드인 마랏 사핀과 3번 안드레 애거시, 그리고 윔블던 7회 우승에 빛나는 ‘영원한 챔피언’ 피트 샘프라스가 모두 2라운드에서 탈락한다는 시나리오에 배팅확률 779대1을 내걸었다. 맞아떨어지면 베팅액의 무려 779배를 지급한다는 조건. 하지만 수많은 영국의 도박사들 가운데 그 누구도 단돈 1달러(또는 파운드)를 여기에 걸지 않았다. 현실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때문. 하지만 팬이나 전문가, 도박사의 예측이 언제라도 뒤집힐 수 있는 것이 바로 스포츠의 매력이 아닌가. 한국의 월드컵 4강 진출을 그 누구도 꿈꾸지 못했던 것처럼 소문난 전문가들과 도박꾼들이 단 1달러도 걸기를 거부했던 779대1 시나리오가 현실로 나타났다.
26일은 윔블던 파란의 날이었다. 세계 남자 테니스의 최고스타 3명이 반나절동안에 잇달아 무명선수들에게 예상치 못한 일격을 맞고 쓰라린 패배의 아픔을 달래며 올 잉글랜드클럽을 떠나간 것. 요즘 급속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샘프라스의 몰락이야 그리 놀라운 것도 아니라 해도 애거시와 사핀이 제대로 힘 한번 못 써보고 침몰한 것은 큰 충격이었고 더욱이 같은 날 꼬리를 문 연속 이변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의 강도가 더했다.
이변의 신호탄은 사핀의 침몰에서 시작됐다. 2번시드로 올해 ATP투어 챔피언스 레이스 선두를 달리는 사핀은 세계랭킹 63위인 올리비에르 로커스(벨기에)의 빠른 발과 재치있는 플레이를 넘지 못하고 1대3(2-6, 4-6, 6-3, 6-7)으로 발목이 잡혀 이날 첫 이변의 제물이 됐다. 다음 차례는 샘프라스. 최근 고전을 면치 못해 ‘완전히 한 물 갔다’는 말을 듣고 있는 샘프라스는 세계랭킹 145위의 무명 게오르그 바스틀(스위스)에 첫 두 세트를 내준 뒤 맹 반격에 나서 승부를 최종 5세트까지 끌고 가는 끈기를 보였으나 끝내 승부를 뒤집지 못하고 2대3(3-6, 2-6. 6-4, 6-3, 4-6)으로 무릎을 꿇었다. 이어 3번시드로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던 애거시마저 이변의 제물이 되면서 파란은 절정에 달했다. 올해 23살로 생애 그랜드슬램 대회에서 5승10패의 기록을 갖고 있는 세계 67위인 태국의 파라돈 슈리차판은 시종 페이스를 압도하며 애거시를 단 1시간47분만에 스트레이트 세트(6-4, 7-6, 6-2)로 완파, 세계를 놀라게 하며 이변 대열에 합류했다.
이로써 남자단식은 전날 탈락한 7번 로저 페더러, 8번 토마스 요한슨을 포함, 상위시드 8명중 5명이 2라운드 통과에 실패했다. 반면 여자단식은 2번시드 서리나 윌리엄스와 3번 제니퍼 캐프리아티 등 상위시드들이 가벼운 승리를 거두고 3회전으로 순항했다.<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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