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들이 굿을 할 때 한창 신명이 오르면 작두 위나 뜨거운 불 위에서 걷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무당들은 일반인이면 감히 올라서지도 못할 그 위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춤추고 흔들기도 한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들은 아픈 줄을 모른다. 이것은 망아상태에서나 가능한 일로 이 때 무당들은 굉장히 큰 에너지가 소모돼 한바탕 굿을 하고 나면 보통 병석에 들어 눕거나 시름시름 앓는다고 한다.
그 상태를 벗어나는 것은 무당의 의지가 어느 정도냐에 따라 달려있다.
큰 무당이면 아무리 큰 굿을 여러 번 치루어도 끄떡 없지만 죽거나, 미치거나, 아프거나 하는 식이 되어 자기도 잡고 다른 사람도 잡는 선무당의 경우도 없지 않다.
우리말에 ‘선무당이 사람잡는다’는 말은 바로 여기에서 나온 것이다. 지금 국내외 한인들은 마치 무당들이 한바탕 신명나게 휘두른 굿거리 뒤에 찾아온 후유증 때문에 어쩔 줄 모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한국의 월드컵 축구 경기가 일단락 되었음에도 아직까지 사회전체가 붕 떠 있다고 한다. 목이 터져라 신나게 불러대던 응원단의 함성이나 붉은 악마의 잔영이 아직까지 드리워져 있다.
한달 내내 국내외 한인들은 월드컵 열기 속에 파묻혀 정신을 못 차렸다. 일손도 놓다시피 하고 온 국민이 오로지 대한민국의 승리, 승리, 승리만을 염원했다. 마지막 터키와의 대전에서 한국은 3-2로 아깝게 패했지만 그래도 4강이라는 역사적 신화를 창출했다.
감격, 환희, 흥분, 안타까움으로 점철됐던 6월의 축제는 이제 환상 속에 모두 막을 내렸다. 승리건, 패배이건 전쟁이나 커다란 축제 뒤에는 항상 허탈감과 공허감이 따르게 마련이다. 마치 무당이나 배우, 작가들이 진통 끝에 작품을 완성하면 자리에 눕는 것과 같다. 심리적으로 표현하면 포스트 엑스타시 신드럼이라고 해야 할까.
정신분석학에서는 환희후의 증후군, 일종의 금단증상이라고 말한다. 자기를 잃어버리는 몰아상태 즉, 흥분이나 환희에 빠져 모든 것을 잊어버리는 엑스타시나 트랑스(trance) 상태이다. 약물복용 시나 깊은 사랑에 빠졌을 때, 굉장한 성공에 이르거나 일확천금을 얻어 기쁨이 고조된 상태에서는 아프지도 않고 커다란 행복감에 도취된다. 그러나 이 기분이 지나가면 우울증이나 심한 피로감, 사람에 따라 가벼운 감기나 심한 신체적 질환이 따른다.
한껏 부풀어 올랐던 풍선의 바람이 빠지거나 바다의 밀물과 썰물처럼 바닷물이 몽땅 밀려왔다 한꺼번에 쏴~악 쓸려나가는 것과 같은 상태다. 이와 같이 한순간에 텅 빈 가슴을 우리는 이제 무엇으로 채워야 하나. 한바탕 쓸고 간 이 공간을 무엇으로 메꾼단 말인가.
다행히 우리인체는 오묘한 자연 회복력을 갖고 있다. 그 상태를 빨리 벗어나려고 애쓰려기 보다는 자연적으로 치유되기를 기다리는 편이 좋을 것이다.
너 나 할 것 없이 한인들은 6월 한달 동안 제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잠도 안자고 일도 잘 못하고, 학교도 늦곤 하였다. 국내에서 700만명이 모두 거리에 나와 미친 듯이 소리지르고 열광하며, 기뻐 춤추던 그런 날의 축소판이었다.
마지막의 작은 결승전까지 한순간 한순간이 모두 흥분이요, 충격 그 자체였다. 그리고 다시 그 순간부터 심리적 공황상태를 맞았다. 월드컵은 한인들이 궤도를 이탈할 만큼 엄청난 사건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 빈 공간을 무엇으로 채워야 한다. 각자 일터나 학교, 가정으로 질서정연하게 돌아가 주어진 일에 열심히 몰입해야 한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제자리로 돌아가되 이번 월드컵이 준 교훈을 거울삼아 새로운 마음으로 꿈과 희망을 가지고 미래지향적인 목표를 향해 가야한다는 사실이다.
제자리에 머물고 뒷걸음질치는 것이 아니라 발전을 위해 새롭게 도전하는 것이다. 발전이란 새로운 것이 모토가 돼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옛날과 똑같이 하는 것은 발전이 아니다.
흥분과 감격을 가라앉히고 새롭게 변화되는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우리의 현실은 당장 국내외로 북한의 서해안 침범, 9.11 후속테러, 증시 하락 등 너무나 심각하다.
축제기분에만 도취돼 있을 상황이 아니다. 열심히 비어있는 가슴을 채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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