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 틈새 읽기]
▶ 임승쾌 본보 편집 국장
두 여중생의 부당한 죽음이 월드컵 축제의 함성 속에 영영 묻혀버릴 뻔 했다.
지난 6월13일 한국의 지방선거가 있던 날 美軍 궤도차량에 갸녀린 여중생 두 명이 압사당해 사망한, 불행한 사건이 일어났다.
사고라는 것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발생하는 것임에야 어쩔 수 없겠지만, 이번 여중생의 압사사건은 가해 차량이 주한 美軍차량이었고 이 사건에 대한 보도가 어물쩡 넘어갈뻔 했다는 데 그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월드컵이라는 큰 축제에 휩싸여 두 여학생의 죽음이 제대로 보도되지 못해 그 부당함이 국민들에게 충분히 전달되지 못했다는게 그하나라면, 그 둘은 두 여학생의 죽음에 대해 가해차량의 美軍장교가 전혀 책임의식을 느끼지 못했다는데 있다.
월드컵이라는 세계인의 축제, 그 개최국의 하나인 한국에서의 열기와 응원함성 때문에 두 여학생의 부당한 죽음이 사장되었더라며 그것은 언론의 직무유기에 다름아니다.
한 네티즌의 불만을 들어보자
"여중생 압사사건에 대해 언론들은 왜 그렇게 침묵으로만 일관하는가?
세상의 이목이 온통 월드컵으로 모아진 것을 기화로 대다수의 언론들은 이번 사건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그나마 가뭄에 콩나듯 조그만 단신으로 처리한 이 사건이 꼭 월드컵 때문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겠는가"
어쩌면 美軍이 관련된 것이라서 껄끄러워서인가?
당신들을 사명감있는 기자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나와보라!
대충 이런 류의 글을 서·너개 읽어봤다.
우리 모두가 월드컵에 미치다시피했으니 여중생의 부당한 참사와 美軍의 어처구니없는 뻔뻔스런 변명을 흘려버렸음이리라.
뒤늦게나마 항의집회 소식을 통해 두 여중생의 참사 사건전모를 알 수 있었던 점을 생가하면 일면 부끄러움이 앞선다.
지난주말 UC 버클리 캠퍼스에서 한국학위원회, 한인청년문화원, 학생영상 동아리인 키마등 몇몇 베이지역 학생단체들이 모여 "美軍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참사 추모식"을 거행했다.
이들은 추모식에서 여중생 두 명의 부당한 죽음을 미국에도 알리고 아울러 이들의 요구사항을 미관계당국에 전달키로 했다.
그 중 눈여겨 볼만한 학생단체들의 요구사항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첫째 한·미 양쪽에서 합동으로 구성된 조사단에 의해 참사사건을 재 조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미국은 참사를 당한 두 여학생의 유가족과 한국국민들에게 공식적인 사과를 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 6백여명으로부터 美 대통령에게 보낼 항의 서한 서명을 받아놨는데 1천명의 서명이 모아지면 이를 대통령에게 보내겠다는 것이다.
이 學生단체들도 두 여중생의 죽음에 대한 뒤처리에서 美軍이 "책임이 없다"는 어처구니없는 말에 분노를 느꼈으며, 이런 부당한 사건에 언론이 침묵만으로 일관한 것이 화가 난다는 것이었다.
사실 한미주둔군 지위협정이라는 이른자 ‘SOFA’ 때문에 주한 美軍들의 범죄사실들이 들어날 때마다 한국에서는 재판권이 없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어물어물 넘어간 사건들이 많았다.
때문에 주한 미군들의 한국내 범죄사건들은 그 수사와 처리과정에서 벽에 부딪치게 마련이다.
여중생의 어이없는 죽음이 우리 현실에서 어떤 것이 개정되어야 하는 것을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게 했으며 또한 우리시민들은 어떤 행동을 했어야 하는가를 가르치는 면도 없지 않다.
SOFA는 학국측에서만 볼 때 부당하고 불리한 면이 많은 것이 사실이기에 사건이 터질때마다 그의 개정을 요구해 오고 있다. 그러나 그 요구는 메아리에 불과했다.
허지만 우리는 지난 유월 축제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점칠 수 있는 기회를 가져봤다.
경기에 졌어도 선수들을 응원하고 깨끗하게 거리를 치우던 그 광경을 보면서 우리 사회가 이만큼 성숙하게 자랐다는 자긍심을 가질 수 있었으니까.
그런 힘과 지혜라면 짓 뭉개진 우리의 자존심을 다시 세우고 어떤 어려운 문제도 풀어나갈 수 있으리라본다.
그래서 여중생의 죽음에 대하여 진지하게 논의하고 대화하는 자리가 여기저기서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우리 한국 시민들의 가슴 위에 놓여있는 무거운 돌덩어리(SOFA)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모두 하나가 되어야 할 것이다.
<본보 편집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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