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30대 후반이다. 2일자 오피니언 ‘한국말 흉보는 한인’에 소개된 것과 비슷한 경험을 했기에 이 글을 쓴다. 이민 온 이듬해에 큰애가 킨더가튼에 입학하게 되었다. 주소지 학교에 입학 등록일을 알아보기 위해 갔는데 사무실에 40대의 한국인 여직원이 앉아 있었다.
우선 영어에서 해방(?)되었다는 안도감이 들며 너무 반가웠다. 그러나 그 분은 내가 사무실에 들어서면서 눈을 맞추며 인사를 하자 내 눈길을 피하며 한 참을 딴 일을 했다. ‘잠깐 기다리라’는 짧은 인사도 없이... 내가 그곳에 계속 서 있자 라틴계 여직원이 상냥한 어투로“무슨 일로 왔냐?”고 물어보기에 그 사람과 더듬거리는 영어로 대화를 나누었지만 마음이 무거웠다.
큰애가 입학한 후로 몇 번의 사무실 출입이 있었고 그때마다 나는 기분 나쁘리 만큼 그 사람의 고압적인 자세를 경험했고 다른 한인 학부형들도 그렇게 느낀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 학교는 한인타운에 위치한 한인 학생이 50%가 넘는 학교이다. 선생님을 비롯하여 사무실에 근무하는 한국사람이 아주 많다. 교육구에서도 아마 그 학교의 특성상 한인이 교육하고 행정하면 더 좋겠다고 생각해서 이중언어를 구사하는 사람을 많이 배치시켰을 것이다. 오직 영어로만 의사소통을 해야 한다면 한인 교사와 사무원을 그렇게 많이 배치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얼마 전 할리웃 DMV에 볼 일이 있어서 갔다. 얼굴이 하얗고 깔끔해 보이는 인상의 동양인 남자가 접수를 하고 있었는데 나는 그 사람을 중국계로 생각했다. 내 차례가 돼 준비한 서류를 내놓자 그 사람은“한인이세요?”하고 묻는 것이었다. 나는 너무 반가워서 “네!” 하고 대답한 후에 여러 가지 궁금한 사항을 물었고 그 분은 너무 친절하게 답해 주었다.
미국에 살면서 영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많은 좌절을 맛본다. 어떨 때는 자신이 너무 한심하고 초라하게도 느껴진다. 말 한 마디 물어보려면 몇 번이나 속으로 연습할 때도 있다. 그럴 때 “한인이세요?” 하고 물어보는 사람을 만나면 너무 기쁘고 반갑다.
오늘도 요소 요소에서 근무하는, 이중언어를 구사할 줄 아시는 한인들에게 부탁드린다.
임희아/풀러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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