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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인영(서울경제 뉴욕특파원)
요즘 뉴욕 월가에서는 ‘더블딥(double dip)’이 한창이다. ‘더블딥’이라는 말은 올들어 월스트리트 저널이나 경제전문 뉴스채널인 CNBC등 미국 언론에 새롭게 등장한 용어로, 최근엔 한국 언론에도 알려져 있다.
미국 경제가 불황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두 번의 마이너스 성장 기간을 거치며, 경기 사이클이 ‘W자형’을 그린다는 내용으로, 이중저점형 침체라고도 한다. 이 이론에 따르면 지난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던 미국 경제가 올 상반기에 회복세로 돌아섰지만, 하반기 이후 또다시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더블딥 논쟁은 모건스탠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스티븐 로치에 의해 시작됐다. 당시만 해도 이 이론의 주장자는 한 사람이었고, 월가의 내로라는 경제전문가 대부분은 거의 궤변과 같은 얘기라며 시큰둥했다. 심지어 리처드 버너와 같은 모건스탠리 소속 이코노미스트도 팀장의 견해에 반박하는 보고서를 낼 정도였다. 더블딥 논쟁은 1대1,000의 싸움이었고, 로치도 그 가능성이 40%에 불과하다며 한발 물러났다.
지난주말부터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2?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이 1.1%로 뚝 떨어지고, 미국 경제가 7월에 새로운 일자리를 거의 창출하지 못한 것으로 발표되자, 증권 투자자들은 더블딥이 오는 게 아니냐며 바짝 겁을 먹었고, 월가에선 더블딥 가능성을 인정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더블딥 이론은 소수 견해이고, 다수의 경제전문가는 미국 경제가 둔화(slowdown)할 가능성은 있지만, 또다시 마이너스 성장recession)으로 돌아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더블딥 주창자인 경제전문가 로치는 그 이유로 3가지를 들고 있다.
그 첫째는 역사적 측면이다. 2차대전후 미국이 겪은 여섯번의 경기침체에서 다섯번의 더블딥 현상이 있었다. 경제가 일단 침체에 빠지면 회복하는 듯 하다가 다시 침체하고, 그런 연후에 본격적인 회복이 나타나는 것이다. 지난 70년대 중반에서 80년대초 사이에는 2번의 침체에서 트리플딥(triple dip) 현상도 있었다.
두번째는 이중 저점이 최종 수요(final demand)가 후퇴할 경우 발생했다는 점이다. 현재 미국 경제는 경기 회복을 지속시키기에 충분한 궁극적인 수요 회복이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최종수요의 회복이 약하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후퇴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세번째 요소는 미국 경제가 지난 90년대 거품 시대를 지내면서 형성한 구조적 문제다. 경기침체는 일반적으로 구조적 문제를 제거하는 기능이 있다. 그러나 지금 미국 경제는 지극히 낮은 저축률에다 대규모 설비 과잉, 기록적인 부채, 엄청난 경상수지 적자에 시달리고 있고, 이런 점들은 과거 경기회복시에 전혀 보지 못했던 일이다. 이 와중에 지난 7월에 뉴욕 증시가 폭락, 미국 경제를 지탱해온 소비와 부동산 시장마저 흔들거리면서 더블딥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뉴욕 월가에는 수많은 경제전문가들이 있다. 이들에게는 대학의 경제학 교수들에게나 붙여주는 ‘이코노미스트’라는 칭호가 붙어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지난 3년간 뉴욕 증시가 하락하고, 2년간 미국 경제가 침체 또는 둔화하면서 월가 이코노미스트의 분석 상당수가 오류로 판명되고 있다는 점이다.
월가 투자회사에 속해 있는 만큼, 투자자들의 기대에 반하는 부정적 경기전망을 내기 어려운 점도 있겠거니와, 이코노미스트들 스스로가 장기 호황시절의 분석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와중에 지난 2년동안 소수 의견을 낸 로치의 비관론적 전망이 현실 경제의 궤적을 따라갔고, 그만이 독보적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다.
더블딥 이론가들은 미국의 이번 경기침체가 2차세계 대전 이후 가장 길 것이며, 대공황 이후 처음으로 거품(버블)이 꺼지는 침체이기 때문에 더 어려운 상황이 남아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은 법이다. 미국 경제는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에 10년 호황을 구가했고, 이제 아들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대에 상당한 기간동안 어려운 시기를 보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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