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례하다, 생각이 없다.” 개인주의를 잘못 이해한 특수한 이민사회에서 흔하게 나오는 말이다. 안하무인들의 후안무치하고 졸렬한 행태로 질서와 예의범절의 가치체계가 무너지면서 ‘무례하다’는 한인들의 하소연은 불행하게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한다. 사석에서 만나는 한인사회 지도자들이나 뜻있는 지성인들은 한인들의 ‘빈곤한 의식’이나 ‘인격’에 대해 대단히 우려한다. 불신으로 인해 상호간에 떠 안게되는 생채기와 벽, 아울러 치명적인 사회 문제로 커다란 손실을 초래하고 커뮤니티의 미래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평소 습관대로 행동하며, 자기의 행동이나 삶에 대하여 반성하지 않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어떤 충격을 받거나 명상을 하게 되면, 우리가 왜 살며, 사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에 대하여 성찰하기도 한다. 우리는 그것에 대하여 분명하고 확실한 해답을 발견하지는 못하지만, 그러한 질문을 한다는 것은 하나의 특권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 하면, 사람만이 그와 같은 질문을 할 수 있고, 그런 질문을 통해서 우리들의 삶을 더욱 의미 있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만이 자기 자신을 의식하고, 스스로 옳고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대로 행동하며 살아간다. 물론, 그 가운데에는 자신들의 삶의 의미나 목적에 대해서 한 번도 반성해 보지 않고, 그저 남들이 설정해 놓은 삶의 목적을 자기의 것으로 받아들이며, 그 가치나 의미에 대해서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는 사람도 있다. 사회적 동물로서의 철학이 없는 사람들이다.
사람들의 삶의 방향은 사회적 배경에 따른 가치관의 차이, 자신이 처한 개인이나 사회적 상황, 타고난 능력이나 받을 수 있는 교육 등과 같은 여러 가지 요소들이 작용하기 때문에 매우 다양하게 나타나고 그 의미가 결정된다. 어떤 사람은 예술을 위하여 일생을 바치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정치에 헌신하기도 한다. 식물 연구에 가치를 두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교육자가 되는 것이 가장 훌륭한 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와 같은 다양성은 개인이나 사회 전체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우리는 다른 사람이 선택하는 결정이나 간직하는 가치를 가능한 한 존중해야 한다. 아무도 다른 사람의 삶의 목적이나 의미에 대해서 부당하게 간섭할 권리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의 삶이 똑같이 가치 있고, 그들이 선택한 삶의 목적이 모두 정당하다고 할 수는 없다.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더욱 존경 받고 의미있는 삶을 산다. 자기 이익만 챙기고 다른 사람의 권익을 무시하는 사람들은 존경 받기 어려우며, 여러 사람의 이익을 위하여 자신을 희생할 줄 아는 사람들은 존경을 받는다. 우리 사회에서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삶이 있는가 하면, 모든 사회에서 훌륭한 것으로 높이 평가될 수 있는 삶도 있다.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삶의 목적은 다양하지만, 거기에는 반드시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조건들이 있다. 그것은 적어도 다른 사람들이나 사회 전체에 부당한 손해를 끼치지 않는 것이어야 하고, 자신이 보람 있고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어야 한다. 오늘날 아무리 다원주의적이고 상대주의적인 사회가 되었다 하더라도, 이러한 조건은 누구에게나 요구될 수 있고 또 마땅히 요구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조건들이 무시되면 결과적으로 사람들은 모두 불행해지고, 그 사회의 존속 자체도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고상한 삶은,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자신의 만족에 그치지 않으며, 자신을 희생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이익을 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은 자신에게도 매우 이상적인 삶이 될 것이다. 교육에 대한 보람과 긍지를 가지고 할렘가나 도서 벽지에서 학생 지도에 전념하고 있는 교사들이 있으며, 자신의 안위를 돌보지 않고 남모르게 봉사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이와 같이 타인이나 동포들을 위하여 봉사하고 헌신할 경우, 그러한 삶은 더욱 가치 있는 삶이며 그 생명력도 길어질 것이다. 안창호 선생이 “개인이 제 민족을 위해 일함으로써 인류와 하늘에 대한 의무를 다한다"고 한 것도 바로 그것을 뜻하는 말이다.
한인사회 지성인들이 말하는 ‘무례’나 ‘생각없는 삶’의 문제는 한인들의 ‘인격’과 더불어 한인들의 척도를 가늠하게 될 커뮤니티의 미래를 우려하는 것임을 잊지말아야 할 것이다. /이언주 기자 ej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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