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세기 동안 미국을 무대로 펼쳐져 온, 한국에 뿌리를 둔 소설은, 크게 보아 영문소설과 한글소설로 구분될 수 있다. 해방 전 한글소설의 세계는 소박한 아마추어리즘으로 일관되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반면 영문소설의 경우는 전문적 소설가의 작품으로 평가될 만한 성과가 나왔다. 강용홀이 쓴 ‘초당’(The Grass Roof, 1931)과 ‘행복한 숲’(The Happy Grove, 1934), ‘동양, 서양으로 가다’(East Goes West, 1937)가 바로 그 성과이다.
해방이 된 후에도 재미 한인작가에 의한 한글소설의 상황은 별로 바뀌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의 현대문학, 사상계 등 잡지에 작품을 발표하고, 국내 출판사를 통하여 작품집을 출간하며 전문적 소설가로서의 역량을 살려내는 작가가 마침내 출현하게 된다. 김용익이 1963년 현대문학에 단편소설 ‘꽃신’을 발표한 것을 시발점으로 "역량 있는 재미 한인작가의 한글소설은 한국의 잡지에 발표된다"는 새로운 관행이 자리잡게 된다.
김용익에 의하여 테입이 끊긴 후 1970년 무렵 박시정이 미국 땅에 모습을 나타낸다. 박시정은 재미 한인들이 낯선 미국 땅에서 어떤 고통을 겪고 어떤 문제와 씨름하며 어떤 희망을 갖고 살아가는가를 끈질기게 관찰해 소설 속에 담아낸다.
이 무렵 박시정과 마찬가지로 현대문학을 통한 등단 작가인 김지원이 미국으로 와서 재미 한인들의 삶을 소설 속에 담아내는 작업을 시작한다. 박시정이 한인사회의 문제점을 그것 자체로서 직시하고 씨름하고자 하였다면, 그 문제점을 통하여 인간 일반의 운명 혹은 본질에 해당하는 것을 투시하는 데 더욱 흥미를 느끼는 작가가 김지원이라고 말할 수 있다.
1980년대에 이르자 재미 한인사회에서 다양한 한국어 문학잡지들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한국어 소설의 창작이 본궤도에 오른다. 그런데 재미 한인사회의 문학적 움직임과 아무런 관련을 맺지 않은 채 오로지 한국 내 발표지면 및 독자층만을 겨냥해 온 박시정이나 김지원 같은 작가들과 대조를 보이는 전문적 작가가 있다. 송상옥이다.
송상옥이 미국으로 건너간 해는 1981년이다. 이 때 그는 이미 22년 창작활동의 중견작가였다. 그는 재미 한인사회 문학적 움직임과 긴밀한 관련을 맺고 활동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송상옥이 이러한 태도를 견지한 만큼, 그가 미국에 거주하면서 쓴 작품들은 재미 한인문학으로서의 의의를 지니는 것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재미 한인 한글소설의 세계는 최근 20년 간 양적인 측면에서 커다란 신장세를 보여 왔을 뿐 아니라, 질적인 측면에서도 밝은 미래를 약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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