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11테러 1년-(1) 충격의 아메리카
▶ 탄저-후속테러 경고, 아프간 전쟁 넘어 이라크-중동긴장 첩첩
하이재커들에게 공중납치된 여객기가 뉴욕 월드트레이드센터(WTC)를 향해 돌진한 2001년 9월11일 오전 8시48분(동부시간)은 사실상 21세기의 새질서가 짜여지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냉전과 베트남전이 베이비부머 세대를 정의하는 사건이었고, 세계 2차대전이 그 전 세대의 성격을 틀지은 대사건이었다면 9·11테러는 새로운 신세기의 변혁이 시작된 역사적 전환점이었다. 9월의 대참사 이후 미국은 정치·사회·경제 전반을 강타한 충격파를 타넘기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 있고, 국제사회는 급변하는 세계질서의 흐름 속에서 불안스레 술렁대고 있다. 9·11참사 1주년을 맞아 ‘테러 강진’이 불러온 지난 1년간의 국내외 상황을 돌아본다.
1년이란 물리적 시간은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일지 모르지만 화염과 분진, 비명과 통곡이 난무했던 그 날의 충격과 악몽에서 벗어나기엔 충분치 못한 시간이었다. 2001년 9월11일, 미국이 입은 상처는 그만큼 깊었다.
미사일처럼 날아든 피납여객기에 심장을 꿰뚫린 미국은 단 두시간만에 뉴욕의 월드트레이드센터(사상자 2,807명), 워싱턴의 국방부청사(189명)와 펜실베니아(44명) 등지에서 3,040명의 생명을 내주었다. 이중 1,705구의 시신은 아직까지 신원조차 확인되지 않았고, 유족들이 입은 정신적 내상은 사건발발후 1년이 지나도록 아물지 않고 있다.
그로부터 10개월간 계속된 24시간 주야작업으로 ‘그라운드 제로’를 뒤덮었던 잔해가 지난 5월30일 미국인들의 시야에서 말끔히 사라졌으나 유족들의 가슴에 쌓인 한은 그대로 남아있다.
미증유의 참사로 충격을 받은 미국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후속테러경고와 그해 10월부터 거의 한달간 전국의 우편질서를 마비시킨 탄저균 사태로 짙은 위기감속으로 가라앉았다. 9·11이후 상시 경계태세를 유지하고 있는 미국은 공항보안을 연방정부 관할업무로 지정하고 국경수비를 대폭 강화하는 등 대대적인 제도적 개편을 감행했으며 대테러 업무총괄기관으로 지난 9월 설립한 조국안보국을 내각급인 조국안보부로 격상시키기 위해 의회의 승인절차를 밟고 있다.
나라밖 상황도 급박하게 돌아갔다. 부시행정부는 오사마 빈 라덴의 알카에다 조직과 이들을 비호한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을 제거하기 위해 지난해 10월7일을 기해 군사행동에 돌입했다. 특수부대를 주축으로 한 ‘21세기 첫 전쟁’에서 미군은 교전중 전사자 16명. 기타 현지사고 사망자 23명이라는 미미한 대가만을 치른 채 11월 탈레반 정권을 와해시킨데 이어 564명의 포로를 쿠바의 관타나모 미 해병기지에 수감했다. 그러나 공격의 1차 목표였던 오사마 빈 라덴과 모마메드 오마르의 행방은 아직도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9·11테러의 후유증은 미국과 아프가니스탄을 넘어 전세계에 파장을 드리우고 있다. 중동평화의 영원한 걸림돌로 남아있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유혈분쟁, 핵보유국인 인도와 파키스탄의 갈등은 9·11테러 이후 급격히 악화돼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또한 국제사회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기정사실로 굳어지자 중동의 우방국이었던 사우디아라비아 등 회교국가들과의 관계가 급속히 냉각됐고, 일각에서는 회교도 문명과 기독교 문명간의 ‘빅뱅’을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우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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