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LA에서 뉴저지로 이주한 장성일(64)씨는 공항보안검색이라면 저절로 손을 내젖는다.
어린 손자·손녀들과 함께 무거운 이민가방 5개를 밀고 당기며 카운터에 갔더니 가방에 대한 검색을 받으라는 직원의 말에 할 수 없이 20여미터 떨어진 검색장소까지 짐을 갖고 가 각 가방에 대해 화학반응 테스트를 받았다. 별다른 문제없이 검색은 통과했지만 풀어 헤쳐진 가방속의 내용물을 다시 집어넣느라 이마에 땀방울이 맺힐 정도였다.
장씨는 “테러예방을 위한 것이고 다른 백인가족들도 검사를 받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에 인종차별이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잘 정돈해 넣었던 짐을 다시 억지로 집어넣는 것은 정말 화도 나고 힘들었다”고 말했다.
미국의 상징이자 자본주의 사회의 자존심이었던 세계무역센터가 두 대의 민간항공기에 의해 일순간에 무너져 내리는 것을 바라봐야 했던 미국은 하늘에 떠있는 수천대의 항공기들이 엄청난 재난을 불러올 수 있는 무기로 둔갑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감추지 못했고 결국 이는 공항보안시스템 강화로 이어졌다.
탑승객들의 기내반입 물건도 크게 제한돼 병따개, 손톱깎이, 면도기 등 무기로 이용될 수 있다고 판단되는 것들은 모두 금지하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으로 들어오는 외국인 승객들의 입국심사에서 체류할 곳을 정확히 밝히지 않으면 별도 심사를 받도록 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등 외국 항공사 직원들은 아예 입국심사대에 직원을 배치해 놓고 문제가 생긴 승객들을 돕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한국에서 이같은 사실을 승객들에게 미리 알려주고 있지만 아직도 일부 승객들이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며 “결국 아예 출발지에서 이를 모두 확인하는 조치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안강화책은 공항 직원들도 예외가 아니어서 미전국에서 대대적인 신원조회 작업이 펼쳐지고 있으며 LA국제공항과 인근 공항 등 5개 공항 4만5,000여명에 대한 정밀조사에서는 104명이 위조 소셜시큐리티카드로 취업한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이같은 보안강화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LA국제공항의 경우 곳곳에 초정밀 감시카메라를 추가 설치하는 것은 물론 활주로와 인접한 주변도로 폐쇄 등의 조치를 진행중이고 탑승객 신분확인을 위한 최첨단 장비 도입도 서두르고 있다.
이중에는 70-150만달러짜리 폭발물 탐지 화물 스캐너를 비롯해 범죄자를 적발해 내기 위한 얼굴판독기, 병원에서 사용하는 단층촬영기와 유사한 성능의 탐색기 등이 포함돼 있다. 이와 함께 대규모 확장공사를 통해 공항보안의 가장 문제점으로 지적돼 온 공항내 주차장을 제거하고 이용객들과 화물에 대한 보안검색을 터미널 외곽에서 실시한다는 대책도 마련중이다.
그러나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흉기를 지닌 탑승객이 검색대를 무사 통과하는 등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고 지난 독립기념일 연휴기간에는 LA공항에서는 총격사건으로 3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해 공항관계자들을 긴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황성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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