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부터 언니는 늘 아팠다. 기운도 없고, 늘 피곤해 하고, 그러면서도 동생들 빨래 다 해주고, 아침 일찍 일어나, 구두를 반짝 반짝 닦아놓고, 눈이 오는 추운 겨울이면 “얘 너 아침 출근하는데 발 시렵지?” 하면서 하이힐을 아랫목 뜨거운데 이불을 덮어서 따뜻하게 녹여주고, 늘 남을 먼저 생각하던 천사 같던 언니였다.
언니가 결혼한 다음해 나는 미국으로 왔다. 곧 첫 아들을 낳았다는 소식, 또 딸을 낳았다는 소식이 연달아 날아왔다. 그로부터 30년, 2년 전 언니는 눈을 감고 온몸과 마음을 바쳐서 사랑하시던 당신에 아들한테서 “White Coat Ceremony”를 한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LA에서 보스턴으로가 식장에 온 친지들을 보니 거의가 다 50줄을 넘어선 중년들이었다. 8,000명 응시에 120명이 흰 가운을 입게 되었다는 의대 학장으로부터 놀라운 발표를 들었다. 한인은 언니의 아들, 딸 한명 뿐이었다. 너무나 자랑스러워 “얘 뭐를 보고 120명을 뽑니?” “평소 실력도 좋아야 하지만 에세이를 잘 써야 돼요. 더 중요하게 생각해요. 왜 의사가 되려고 하는지” “너는 뭐라고 썼니?” “엄마가 어렸을 때부터 늘 말씀하셨어요. 엄마 따라 시장 갈때나 엄마하고 밥을 먹을 때나, 엄마하고 밤길을 걸을 때나, 너는 이 다음에 커서 돈을 먼저 생각하지 말고 아픈 사람을 잘 고쳐주고, 늘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라고 하셨어요. ”
흰 가운을 입고 활짝 웃고 있는 언니아들에게 “얘 너한테 너무 너무 고맙다. 네가 예의 바르고, 맡은 일 잘하고 있으니 언니도 참 좋아하실 거야.”그 다음날 보스턴 공항에 배웅 나온 언니 아들에게 “얘 그 넥타이 참 예쁘다” “이거 엄마가 사주신 거예요. 이 남방 셔츠도요”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내 마음은 너무 고요하고 평안했다. 나는 내 손님을 위해서 어떻게 봉사해야 하나?.... 언니는 가셨지만 남기신 교훈은 우리 가슴속에 영원히 살아있다. 서니 한/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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