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짐승은 모두 먹이를 찾아 나선다. 짐승은 먹은 다음에는 잠을 자지만 사람은 생각을 한다. 밥 먹고 잠만 자는 사람은 짐승과 다를바 없다. 낮은 생각, 옅은 생각이 높고 깊어지면서 하나의 체계를 이룬 것이 사상이다. 어제를 살고 내일을 내다보는 마음이 역사를 낳는다. 나 혼자만 말고 전체를 둘러보는 눈이 역사를 꿰뚫어 본다.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그 시대를 대표하는 사상이 있다. 그 역사에 걸맞는 철학이 있다.
이조 말엽의 개화사상, 국치를 당한 후 의 독립사상, 광복이후의 민주사상, 대한민국의 국시가 된 반공사상, 그리고 우리모두의 최대관심사인 통일사상... 이 모든 것이 각 시대의 사상이오 그 시대를 이끌어가는 정신 Ethos 다 . 그려면 이민자로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과연 어떠한 역사철학이 있는가 우리는 이민자로서 우리의 시대를 살고있다. 우리의 시대정신 Ethos는 과연 무엇인가.
삼십년전에 미국 동남부에 처음으로 발을 딛여 놓은 이민자들은 코리아 타운이 형성되기 훨씬 전에 터전을 닦아놓은 개척자들이라 할 만하다. 먹이를 찾아서 동분서주 끝에 겨우 자리를 잡은 이민 개척자들은 무슨 생각을 해왔는가. 아무생각없이 그저 세월만 보냈는가.
가발을 팔고 잡화를 팔아 온 것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아무 생각없이 살아온 것이 부끄러운 일이다. 왜냐하면 생각없이 산다는 것은 사람 노릇을 못했다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낮에는 세탁소나 뷰티 서플라이에서 일 하다가 저녁에는 집에서 생각을 쌓아놓은 이민자는 재물을 쌓아 놓은 사람이다. 더 귀한 유산을 남기고 갈 수가 있다.
왜냐하면 재물은 흩어지는 날이 오지만 역사속에 남은 사상은 오래 남아서 잠자는 많은 영혼을 일깨워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철학과 사상 그리고 시대정신을 말하면 많은 이민자들은 믿음을 말할 것이다. 당연히 그럴 수 밖에 없다. 이민생활은 상처받는 생활이다. 많은 사람들이 믿음을 말 하지만 믿음은 관념의 유희가 아니다. 상처받은 영혼이 발버둥치고 몸부림 치며 울부짖고 절규 끝에 마침내 어쩔 수 없어 마지막으로 붙잡은 한오라기 실날같은 소망, 거기에 믿음의 문이 열림을 보는 것이다.
중국계 미국시민 젊은 학자인 Eric Liy는 그의 저서 ‘The Accidental Asian’에서 다음과 같은 문제를 다루었다.
아시안 아메리칸은 새로운 유대인인가.
피부색이 희다는 것 그 사실이 미국 인종문제의 근본문제인가.
다인종 사이의 국제결혼은 아시안 아메리칸의 장래에 어떤영향을 미칠 것인가.
차이나타운(코리아타운)을 둘러볼때 1.5세대 혹은 2세대의 삶의 의미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이러한 문제들은 앞서 제기한 이민자의 역사철학이 무엇인가, 우리 이민자들의 사상과 시대정신이 무엇인가 하는 문제와 더불어 우리들이 풀어나가야 하는 커다란 숙제라 할 만하다.
그러나 이에대한 대답은 우리들 이민 1세로서는 얻을 수가 없다. 왜냐하면 이러한 큰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많은 세월을 보내며 두고두고 생각할 명제이기 때문이다. 우리 이민 1세들이 세상을 떠난 오랜 후에 다음세대 가운데 날카로운 마음들이 나와서 이 문제들에 대한 해답을 내놓을 것을 기대해 본다. 그날을 위해서 우리들은 나름대로 생각을 하고 또 생각을 해야 하겠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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