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높푸른 하늘, 맑은 공기, 천고마비의 계절이 되었다. 하늘은 높고 말이 살찐다는 계절.
이 가을엔 연인을 만나야겠다. 연인은 사람도 될 수 있지만 또 다른 것도 될 수 있다. 수확의 계절, 자연으로 나가 자연을 연인 삼아 시원한 공기를 마음껏 들여마실 수도 있다.
양서는 우리 모두의 연인이다. 좋은 책 한 권 읽고 생을 바꾼 많은 사람들. 좋은 연인을 만났기 때문이다. 책은 사람을 변화시키는 마력을 갖고 있다. 책을 늘 가까이 연인처럼 만나는 사람들은 인생을 살찌우는 사람들이다. 유일회(唯一回), 단 한 번 주어진 생을 그냥 그렇게 메마르게 보낼 수는 없다.
바쁘게 몰아치는 이민의 삶 가운데서 책 한 권 읽기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기에 책을 읽으려면 시간을 잘 활용해야 한다. 짧은 시간 틈틈이 책 읽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미국 사람들은 책을 많이 읽는다. 버스 안에서, 전철 안에서 많은 사람들이 책을 들고 읽는다. 보기에 좋다. 국민의 책 읽는 분량은 국민소득과 정비례한다는 통계가 있다. 선진국 되는 비결은 정부의 정책과 정략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독서를 통한 국민 개인 개인의 인격 향상이 선진국을 만들어 가는 첩경이기도 하다.
부모의 책 읽는 모습은 자녀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친다. 어릴 때부터 엄마와 아빠에게서 책 읽는 모습을 보고자란 어린이들은 자연스럽게 책과 친해지게 된다. 부모의 이런 자세는 자녀들에게 주는 산 교육이다. 그 교육이란, 어린이들이 책을 읽음으로 내적 인간을 성숙하게 만들고 지혜를 다듬어 나갈 수 있게 부모가 환경을 조성해 주기에 그렇다.
한국도, 미국도 한 해에 수없이 많은 신간 책들이 출판돼 쏟아져 나온다. 이렇게 나오는 책들을 다 볼 수는 없다. 전문 분야의 책은 전문인들이 읽어야 한다. 일반인들은 어떤 책을 읽어야 할까. 양서 즉, 좋은 연인을 만나야 한다. 좋은 연인이란 어떤 연인을 말하는 것일까. 좋은 연인의 정의를 내리려면 여러 가지가 있 겠다.
우선 만나 시간 낭비가 아니 된다면 좋은 연인이다. 책방이나 도서실에 가서 연인 같은 책을 고를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제목 즉, 연인의 얼굴만 보아서는 안 된다.
책의 얼굴은 출판사에서 책을 많이 팔기 위해 내용과는 엉뚱한 얼굴로 내놓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얼굴이 금방 눈에 들어오고 겉모습이 예쁘다고 다 좋은 연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책을 본다는 것은 곧 저자와의 간접 만남을 의미한다. 번역서도 마찬가지다. 얼굴보다는 연인의 마음인 내용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머리말 정도는 읽어보아야 한다. 약력을 보고 머리말을 보면 대충 연인의 성격을 알 수 있다. 없는 시간 쪼개어 책을 보는데 책을 보고도 감동이 없고 유익이 없다면 아니 본만 못하다.
특히 좋은 연인을 만나려면 오래 묵은, 고전을 찾는 것도 좋다. 고전 중에는 인류의 역사를 좌지우지한 그런 책들이 있다. 그런 연인은 옆에 두고 오래오래 보아도 좋다. 아무리 보아도 실증이 안 나는 연인은 정말 좋은 연인이 될 수 있다. 그런 연인을 소개하라면 ‘성경’ ‘불경’‘도덕경’‘사서오경’등이 되겠다.
이런 책들은 마음의 양식이 되고, 마음의 갈 방향을 찾아주고, 마음을 늘 지켜주는 그런 연인 같은 책들이다. 문학에서는 세익스피어 전집 같은 고전을 만나는 것도 좋다. 현대물보다 고전을 읽음으로 얻는 만족과 기쁨은 어디에도 비교할 수 없다. 좋은 연인을 만나려면 기다리는 참음도 필요하다.
‘도덕경’은 작은 책이지만 그 안에 들어있는 내용은 무궁무진하다. 해설서가 딸린 것을 보면 좋다. ‘성경’과 ‘불경’ 그리고 ‘사서오경’ 등은 그 내용이 방대하다. 통독하려면 긴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한번 만나 그 심오함에 빠져들면 정말 좋은 연인으로 평생을 함께 살 수 있다.
가을하늘이 높고 푸르다. 말만 살찌는 그런 계절이 아니다. 우리도 좋은 연인들을 만나 즐거운 가을이 되었으면 더 좋겠다.
김명욱 목회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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