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이 방에서 이상한 것을 발견했어요”라며 숨이 넘어갈 듯 달려오는 부모들이 들고 오는 그 이상한 도구들은 마약할 때 사용하는 파이프, 마리화나 부스러기, 마약을 담는 비닐팩, 은박지, 판매에 사용하는 저울 등등 자질구레한 쓰레기들이다.
“아이의 행동이 이상해요. 늦게 들어오고, 신경질을 부리고, 피곤하다고 잠을 많이 자고, 방안에서 캑캑 소리가 나고, 감기도 아닌데 코를 훌쩍거려요”라며 상담을 청한다.
이런 상담을 의뢰한 부모가 한달 후나 길게는 6개월 후에 법원출두 명령서를 들고 다시 찾아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자녀들이 마약을 팔다가 경찰에 체포되었거나, 소지 혐의로 티켓을 발부 받은 경우들이다. 이런 과정은 거의 수학공식과도 같고 틀에 맞혀진 기계가 돌아가는 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법정출두 날짜를 받고 나면 부모들은 어떻게든 아이를 감옥에 보내는 일은 막아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을 호소한다. 충분히 공감한다. 그런데 문제의 본질은 감옥을 가느냐 안 가느냐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마약으로부터 해방되도록 하느냐에 있다.
18세 이상 성인 마약 사용자의 경우, 처음 법정에 세워지는 일이 발생하면 그것은 본인이나 가족 전체를 위해서 절호의 기회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 기회를 피하려 하거나, 겁을 먹고 놓치면 그것이 불행의 씨가 되는 경우를 여러 번 목격했다.
18세 이상의 자녀가 마약으로 인해 체포되거나 티켓을 받았을 때, 부모는 냉정해야 한다. 설령 10년을 감옥에 있을 것 같아도 평생을 마약소굴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보다는 낫다. 하루 이틀 고생하는 것이 안타까워 보석금을 주고, 감옥생활이 불결해서 변호사를 선임해 석방되도록 돕는 것이 부모된 도리는 아니다.
마약판매나 사용자의 경우 사람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감옥보다 더 충격적인 장소는 없다. 미국에서 감옥만큼 강제성을 띠고 마약으로부터 단절될 수 있는 장소는 드물다.
최근 마약소지 혐의로 현장 체포된 18세 학생의 부모가 그동안 수도 없이 속을 썩었으면서도, 경찰에 체포된 아이의 울음 섞인 전화를 받고 얼굴이 하얗게 질려 달려왔다. “보석금 3,000달러만 내면 일단 오늘 풀려날 수는 있다는데”하며 안타까워했다. 안타까움과 혼돈에 빠져 있는 그 부모에게 그동안 속썩은 기억들을 되새겨주며 아주 강력하게 반대했다.
“그 정도 고생은 해야 합니다. 마약을 하고 길바닥에 쓰러져 헤매는 것보다 지금 그 곳이 더 안전합니다.”
그 부모의 원망 섞인 눈빛을 의식하면서도 강한 어조로 말했더니 그들은 간신히 진정하고 이를 악물고 집으로 돌아갔다. 아이는 보석금으로 나가도록 도와달라는 전화를 수없이 해댔고 나는 그 부모의 약해진 마음을 붙잡느라 비인간적이지만 전화까지 받지 못하도록 했다.
참으로 못할 노릇이지만 결과가 뻔히 보이니 어쩔 수가 없었다. 그는 결국 재판을 받고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이제 부모도 그런 일에는 절대로 자기를 돕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지금 그는 열심히 학교에 다니고 있다. 마약 소리만 들어도 경찰서 대기실에서 3일 동안 겪은 수모와 어려움에 몸서리를 치곤 한다.
열심히 공부하고 재미있게 뛰어 놀아야 할 아이들이 법정에 서고, 소년원으로 가야하고, 경찰의 추적을 받아야 한다면, 그런 부모들은 어디서 행복을 찾을 수 있단 말인가? 자녀문제로 삶에 의욕을 잃고 있는 부모들에게는 위로의 말이 없다. 그러나 자녀들이 어떤 어려움에 처해 있든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 보자는 말을 하고 싶다.
김기웅 목사·젊음의 집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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