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사람의 주말나기
▶ 야간산행 즐기는 산악인 신영철씨
살면서 한 번 히말라야 찾기가 힘든 것이 보통 사람들의 삶이다. 20여 차례나 ‘신들의 땅’이라는 히말라야 첩첩산중에 들어갈 수 있었다는 건 분명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아니, 그 잔혹한 추위와 살을 에이는 제트 기류, 원주민으로부터 옮은 쌀 알만한 이를 생각하면 저주일수도 있겠다.
산악인 신영철씨가 산과 인연을 맺은 것은 비늘이 파득거리던 20대 초반의 일. 34세 때 네팔의 히말출리 북봉 원정대원으로 히말라야와 처음 연을 맺은 이후 거의 20여 차례 히말라야의 설산을 밟았던 그는 산 하나 잘 다녀 국위를 선양했다는 이유로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어디 히말라야뿐일까. 월간 ‘사람과 산’의 편집위원인 그는 전세계의 좋다는 산을 찾아 무수히 다리품을 팔고 다녔으니 세상에 저런 한량의 팔자를 타고 나는 사람도 있구나 못내 부러울 뿐이다. 그 좋은 산 다 다녔다는 그에게도 미국 서부의 장엄한 시에라네바다 산맥은 커다란 감동을 준다. 최근 존 뮤어 트레일을 다녀오면서 그 감동은 더욱 커졌다. 그를 미국에 살게 하는 몇 안 되는 이유 가운데 산은 분명 가장 큰 원인을 제공한다.
8,000미터가 넘는 고산, 에베레스트를 내 집 드나들 듯 찾았던 그이지만 마음속 항상 그리운 산은 나즈막하고 아담한 경주의 남산이라고. 보름밤이면 산에 올라 달을 보며 고독에 사무친 소리를 내는 자신과 도반들을 그는 늑대라 부른다.
미국에 와서도 그 습관이 바뀔 리 있나. 그는 보름달이 뜨는 밤이면 재미 한인 산악회의 산 친구들과 야간산행에 나선다. 달빛 아래 서서 보름달의 밝고 부드러운 에너지가 지친 몸을 감싸 안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밤은 축복이다.
낮에는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 초록빛 반짝이는 나뭇잎, 시원한 계곡과 바위 등 볼 것이 지천에 깔려있던 산이지만 밤에는 아무리 보름달이 하늘 한 가운데 떠 있다 하더라도 시야에 들어오는 게 그리 많지 않다. 시각을 차단할 때 우리의 감각은 청각에 집중되는 법이다.
풀벌레 소리, 물 흐르는 소리도 들리지만 야밤 산중에 가장 크게 울려 퍼지는 것은 자신의 발자국 소리. 이런 절대 고요 속에 참 자아와의 대화는 자연스레 이루어지는 것이 아닐까. 함께 산에 올라도 결국은 혼자라는 사실, 그 누구도 나의 배낭을 대신 지어줄 수 없다는 깨달음은 그를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은 산처럼 단련해 주었다.
작년 ‘환상 방황의 그늘’이라는 단편 소설로 한국일보를 통해 뒤늦게 소설가로 등단한 그는 최근 그의 평생의 화두인 산과 화해, 용서를 소재로 소설을 집필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호탕하게 웃는 얼굴에 패인 화훼 탈처럼 굵은 주름이 그리스인 조르바처럼 거침없이 살아온 그의 인생여정을 대신 얘기해 주는 것 같다.
<박지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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