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동창회나 종친회 같은 모임을 금지하자는 정부의 제안이 있었다. 일만 생기면 뭔가를 ‘금지조치’로 땜질하려는 수준 미달의 발상이다.
미국이 한때 금주령을 실시한 적이 있었다. 청교도 정신으로 건국한 미국이 술로 인한 사회적 폐단을 막아보겠다는 조치였다. 그러나 이 조치로 얼마만한 미국인들이 술을 끊었고 또 술로 인한 나쁜 사회적 폐습이 고쳐졌는지는 모르겠다. 오히려 이 조치로 말미암아 말할 수 없는 심각한 사회문제가 그 부작용으로 발생하고 말았다.
우리가 겪은 가장 귀에 익은 ‘금지’는 뭐니뭐니 해도 야간 통행금지 조치이다. 해방직후 걷잡을 수 없던 치안 유지를 위해 내린 임시조치가 그 뒤 대를 이은 정권들이 이를 백성들 통제 도구로 이용하였다.
대개 국민생활의 제한을 가져오는 금지조치는 그때 그때의 상황에 따라 부득이한 경우에 그 최소한의 제한을 하도록 법이 허용하고 있지만 이 조치를 마치 마술사의 도깨비 방망이처럼 써먹으려는 근시안적인 행정부의 졸렬한 정책판단 때문에 늘 골탕을 먹는 것은 국민들이다.
지금 한국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모든 행정이 선거에 맞추어 시행되고 있는 듯하다. 역사적으로 지연이나 학연 등을 이용하여 사조직을 만들고 이 사조직을 이용한 선거운동의 폐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 폐단을 줄이려는 관계기관의 고충은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이 폐단을 막아보려는 한 방편으로 겨우 생각해 낸 것이 선거기간 중 동창회와 종친회 같은 모임을 금지한다는 조치가 발표되었다.
한국의 정치관행이 이런 모임을 통하여 불공정한 패거리 폐단을 조성해온 역사를 생각해 보면 일리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아무리 그 동기가 긍정적이었다 하더라도 기껏 생각했다는 것이 동창회와 종친회 금지라니 담당자의 사고의 수준이 의심스럽다.
얼마만큼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지는 별도로 하고서라도 법률적인 측면의 고려도, 사회적 타당성의 검토도 없이 다만 끼리끼리 모이면 패거리 형성이 되더라 해서 그냥 금지하기로 했다면 이 얼마나 단순한 사고방식인가.
박중돈 /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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