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나이를 먹어 은퇴연령에 이르면 은퇴생활을 위해 주변을 정리한다. 사업체의 규모를 줄이거나 처분해 버리는가 하면 새로운 일을 벌이려고 하지 않는다.
큰 집을 팔아 작은 콘도로 이사를 하기도 하고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자녀를 기를 때 살던 큰 아파트에서 작은 아파트로 옮기기도 한다. 그리고 은퇴 후에는 직장이나 직업에 구애를 받지 않기 때문에 날씨가 따뜻하고 공기가 좋은 곳으로 아예 이주하기도 한다.
미국에서 은퇴지로 각광받는 곳은 플로리다가 단연 으뜸이다. 또 애리조나와 네바다등 고온건조지역과 남가주 일대도 좋은 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은퇴지역에는 단독주택이나 타운하우스가 밀집해 있고 골프장등 운동 여가시설과 샤핑몰, 병원등 편의시설을 갖춘 은퇴타운이 들어서고 있다. 노령인구가 계속 증가하기 때문에 은퇴지역에는 인구가 계속 늘어나서 이런 곳에서는 부동산 불황이 몰아쳤던 지난 90년대에도 불황을 몰랐다.
우리 한인들은 노후에는 고국인 한국에 돌아가서 살겠다는 말을 많이 해 왔다. 나이를 먹어 늙어지면 뭐니해도 고향이 좋고 옛친구가 좋고 우리말로 감정이 통하는 한국이 좋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것도 이제는 여의치 않게 되었다.
20~30년 전만 같았어도 미국에서 조금이나마 번 돈을 가지고 한국에 가면 여유있는 생활을 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한국의 생활비가 워낙 비싸서 미국돈을 가져 가서 사는 것은 어림도 없다. 집값이 비싸기 때문에 우선 아파트 한 채를 마련하는데도 현금으로 몇십만 달러가 있어야 하니 미국에서 하루 하루 살던 사람은 감히 생각 조차 할 수 없게 되었다.
한국에서 생활비가 이처럼 비싸져서 요즘 한국에서는 은퇴이민이 유행이라고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은퇴연령에 달한 사람들이 아파트와 재산을 처분하여 호주로 이민하는 케이스가 많았다.
그런데 이제는 미국, 캐나다는 물론 호주까지도 이민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동남아 국가로 은퇴이민이 몰리고 있다고 한다. 말레이지아나 필리핀, 피지 등에서는 10만달 러 정도의 재산으로 노후생활을 편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한국인들의 은퇴이민이 줄을 잇고 있다는 것 이다.
미국에서는 은퇴 후에 아예 다른 나라에 가서 사는 은퇴이민이 오래 전부터 보편화 되어 있었다. 폴란드등 동구권에서 이민 온 사람들은 은퇴연령이 되어 소셜 시큐리티 혜택을 받게 되면 자기의 고국에 돌아가서 편히 사는 사람들이 많다. 소셜 시큐리티 수령액으로 미국에서는 최저 생활도 어렵지만 자기 나라에서는 여유있는 생활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푸에르토리코나 도미니카, 그리고 남미지역에서 이민 온 사람들 중에는 어느 정도 돈을 벌어서 자기 나라로 돌아가는 사람들도 많다. 그 곳의 생활비가 미국보다 훨씬 싸기 때문이다. 그 뿐 아니다. 다른 나라에 연고가 없는 미국인들도 은퇴 후 생활비가 싼 나라로 은퇴이민을 하는 경우가 많다. 주로 미국과 가까우면서도 자연조건이 좋고 생활비가 싼 곳으로 간다. 멕시코나 코스타리카 등 중남미지역이 인기 있다. 통계에 따르면 미국인 3분의 2가 적절한 노후대책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니 앞으로 은퇴이민은 증가추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한인들 가운데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은퇴연령에 이르렀고 앞으로 은퇴자들은 더욱 급속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인 은퇴자들이 고국에 돌아가는 경우는 날이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한인들이 모여 사는 은퇴지가 필요하지는 않을까. 날씨 좋고 공기 좋고 생활비도 적게 드는 곳에 한인들이 모여서 은퇴생활을 할 수 있다면 한인들을 위한 편의시설이 들어서고 한국말로 통하는 또 다른 한인사회가 어딘가에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해 본다.
이기영 본보 뉴욕지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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