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기온이 차가워졌다. 바람도 잦아졌다. 찬 공기는 옷깃을 여미게 한다. 하지만 쌀쌀함보다는 상쾌한 느낌이다. 잦은 바람은 색 바랜 나뭇잎을 떨구려는 심술을 부린다. 그러나 그런 바람마저도 싱싱하게 다가오는 듯하다. 가을의 끝자락. 고독보다는 낭만 속에 빠져들고 싶은 마음이 아직도 남았기 때문인가 보다.
가을은 산행의 계절이다. 한 여름 더운 날씨와 달리 신선한 공기가 우리의 마음을 산으로 재촉하는 감정을 불어넣고 있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단풍과 낙엽도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기 때문.
늦가을로 접어들면서 단풍이 한창이다. 뉴욕 인근의 단풍은 이번 주가 절정이라고 한다. 아직 단풍구경을 못했다면 꼭 멀지 않더라도 단풍나들이를 떠나는 것도 좋을 게다.
얼마 전 ‘붉은 유혹’에 이끌려 가족들과 단풍 나들이에 나섰다.
도심을 조금 벗어나니 여기도 단풍, 저기도 단풍. 온통 단풍 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초록이 지쳐 단풍든 계절이라 그런지 가을산은 붉디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도로 위를 달리는 우리 자동차가 마치 울긋불긋 멋진 산으로 빠져 들어가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훌훌 옷을 던져버린 기분으로 나선 단풍 나들이.고운 단풍잎에 비끼는 가을 햇살마저도 몽롱하게 눈부셨다. 87North를 타고 가다 16번 출구로 나가 들어선 17West 도로 주변의 나무들은 아름다운 색깔을 연출해 내고 있었다. 짙은 녹색으로부터 붉은 색까지 물감을 칠해 놓은 듯한 나무들이 각양각색의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여름동안 짙푸른 모습을 하고 있던 나뭇잎들은 형형색색의 색깔로 변신을 마쳤다. 한가지 색깔만을 고집하지 않고 다양한 색상이 한 나무 가지에
어우러져 조화를 이룬 모습은 신기하기까지 했다.
차를 타고 가면 갈수록 더욱 붉게 물든 가을산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스치고 지나가는 산자락 자락마다 ‘붉은 유혹’의 눈빛이 번득였다. 거부할 수 없는 ‘붉은 유혹’의 눈빛에 이끌려 잠시 차를 세웠다.
귓전에 맴도는 “야 멋있다. 야 아름답다”는 아이들의 감탄사를 들으며 굽이굽이 도로를 병풍처럼 둘러싼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경치를 보며 단풍 삼매경에 빠져들었다.
온갖 나무가 각각의 독특한 단풍색깔로 그 자태를 뽐내며 어우러진 모습은 한 폭의 그림 그 자체였다.그동안 세상살이의 현실 속에서 괴롭히던 암담하고 우울한 회색의 마음이 일시에 화려한 분위기로 바뀌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름다움을 감상하고 상쾌한 공기를 흠뻑 들이마시니 가슴속에서 호연지기가 살아나 ‘아 힘든 세상이지만 그래도 살아볼 만 하다’는 살맛이 무럭무럭 피어올랐다. 차를 타고 산의 중턱에서 맛 본 가을산의 정취가 바로 이런 맛인가 싶었다.
가족들과 함께 단풍을 구경하기 위해 집을 나서니 세상이 달라 보이고 너그러움과 넉넉함을 경험할 수 있었다.뉴욕의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면 아름다운 단풍 구경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몇 년 동안을 뉴욕에 살고 있는 한인들 가운데는 지금껏 단 한번도 단풍나들이를 해보지 못한 사람들도 있
을 게다.
가게를 꾸려나가기 위해 새벽에 나갔다가 한밤중에 집으로 들어오는 한인들은 단풍을 제대로 볼 기회가 없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예전하고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대부분 이민자들의 삶이란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자녀와 함께 하는 자연과의 만남은 그리 힘들고 준비가 많이 필요하지 않다. 단풍나들이만 해도 그렇다. 꼭 세계적으로 이름난 곳이 아니라도 하루 서너 시간만 짬을 내면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단풍 구경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늦가을 단풍이 한창이다. 뉴욕 근교의 단풍은 이번 주가 절정이라 한다.
아직 단풍 구경을 하지 못한 가정들은 이번 주에는 시간을 쪼개서라도 단풍나들이에 나서보자. 혹, 단풍구경갈 곳이 마땅치 않아 망설인다면 조지워싱턴 브리지를 건너 팰리세이드 파크웨이를 타고 가다 1시간30분 정도 가면 만날 수 있는 가을 단풍 구경으로 유명한 베어마운틴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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