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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인영 <서울경제 뉴욕특파원>
주식시장이 하루에도 몇차례 오르고, 내린다. 가장 좋은 투자는 쌀 때 사서 비쌀 때 파는 것이다. 그래서 주가가 언제 바닥인지, 또 언제 정점인지를 알면 누구나 쉽게 돈을 벌 수 있다.
문제는 그 정점과 저점을 판단하고, 예단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주식시장의 전문가들도 판단착오로 큰 손해를 보기도 한다.
미국에 사는 한인들도 주식투자를 많이 한다.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은 연방정부가 세금을 면제해주는 401(k) 제도를 통해 주식에 투자, 은퇴 자금을 축적하고, 사업하는 사람들도 자산 운용측면에서 주식을 거래하고들 있다.
주변의 얘기를 들어보면 지난 2년동안 주식을 했다가 손해보았다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이제 오르나 싶으면 내려가고, 차라리 주식을 다 팔고 손을 털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지금 뉴욕증시의 가장 큰 논쟁은 지난 2년반 동안 지속돼온 약세장(bear market)이 끝났는지 여부다. 뉴욕증시는 지난 9일 다우존스 지수가 7,000 포인트에 근접, 거의 붕괴되는가 싶더니 그후 2주 동안 급반등, 이제 본격적으로 상승세로 돌아선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여기서 뉴욕 증시가 바닥을 쳤을 가능성을 제시하는 근거를 몇가지 들어보자. 지난 9일의 저점을 기준으로 할 때 블루칩 지수인 S&P500 지수가 2000년초 최고치에 비해 49.2% 하락, 대공황 이후 최대 약세장이었던 73~74년의 하락폭 45%를 넘어섰다.
또 뉴욕 증시의 시가총액이 지난 2년반 사이에 8조~9조 달러 날아가 절반 수준으로 가라앉음으로써 90년대 후반에 형성된 거품이 꺼질대로 꺼졌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근거는 이달초 미국 국채(TB)가격이 급등하고 주가가 하락하면서 주식과 채권의 수익률이 역전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조그마한 호재에 의해서도 금방 자금이 채권시장에서 증시로 이동할 조건이 조성돼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제너럴 일렉트릭(GE), 야후, 시티그룹 등이 기대 이상의 3/4분기 수익을 발표, 호재를 만들었다. 지난 2주 사이에 미국 국채 가
격이 폭락하고 수익률이 급등함으로써 자금이 채권시장에서 증권시장으로 급격하게 역류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뉴욕증시 주변에는 2조 달러의 대기성 자금이 몰려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 돈이 본격적으로 증권시장에 흘러들어가면, 전문가들이 말하는 ‘황소장세(bull market)’가 올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2~3주전에 뉴욕증시를 아래로 끌어내렸던 부정적 요인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다. 비관론자들은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예고돼 있고, 미국 경제가 완전하게 회복되지 않고 낮은 성장을 지속하고 있으며, 미국 기업들의 수익 개선이 지연되고 있다는 점등을 들고 있다.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승리로 입증될 때까지 본격적인 주가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이들은 주장하고 있다. 극단적인 비관론자 중에는 뉴욕 증시가 30년대 대공황, 90년대의 일본 증시처럼 10년 이상 약세장을 형성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또 아직도 뉴욕 증시의 거품이 완전히 빠지지 않았다는 견해가 있다. 30년대와 70년대 장기 약세장 이후 찾아온 황소 장세에 다우존스 지수는 75% 상승했다. 두 약세장의 저점에서 S&P 500의 주가수익률(PER)은 12였다.
하지만 지난 9일의 저점에서 500개 블루칩의 PER은 17로, 지금 주가는 역사적 관점에서 비싸게 평가돼 있다는 것이다.
지난 2년반 동안의 뉴욕 증시 약세장은 90년대 10년 호황에서 형성된 거품이 빠지는 과정이고, 주가의 진폭이 10년전보다 심하기 때문에 장기적 상승세를 형성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따라서 주가가 바닥을 치고 상승하더라도, 과거 대약세장 이후의 상승한 폭을 따라가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뉴욕 증시가 살아나는지 여부는 미국 경제에 달려 있다. 지난 2년동안 미국 경제가 2% 이하의 저성장을 지속하면서 증시의 거품이 붕괴됐다. 내년에 미국 경제가 살아날 경우 주가는 힘을 받을 것이지만, 살아나지 않을 경우 거품이 더 빠져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in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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