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한국사회는 오는 12월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에서 정권창출을 이루기 위한 정치권의 경쟁으로 온 나라가 하루가 멀다하고 무슨 게이트니 아니면 무슨 병풍이니 하여 야단법석이다. 이러한 와중에서 그 동안 관심을 그다지 받지 못하고 있던 노인복지 분야에 대하여 각 대통령 후보들이 저마다 개선방안들을 공약사항으로 내걸고 있다니 때늦은 감이 없지 않으나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노인복지에 대한 한국정부의 의지와 예산편성은 실로 하잘 것 없기 이를 데 없다. 전체 예산에 대하여 노인복지 예산이 차지하는 비율을 비교해 보면 이웃하고 있는 일본은 말할 것도 없고 대만이나 심지어 중국에 비해 십분의 일에도 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노인인구 증가의 가속화와 더불어 노인부양 문제가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이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어려움이다.
건강하게 오랫동안 살고자하는 인간의 노력은 인류의 역사와 늘 함께 존재 해 온 것이 사실이다. 중국의 진시황이 불로영생을 위한 영약을 구하기 위한 노력에서부터 오늘날 수많은 과학자들의 노력에 이르기까지 그 노력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그러한 노력의 결과로 오늘날 인류의 수명은 과거와 비교해 볼 때 괄목할 정도로 연장되었다. 예외 없이 한국인들도 불과 20여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60세 초반에 불과하던 평균기대 수명이 74세로 향상되었다. 물론 이러한 평균기대 수명의 연장은 생활수준의 향상, 의료기술 및 의약품의 발달, 생활환경의 향상 등 많은 요인들에 의한 산물이라 하겠다.
평균기대수명의 연장에 따른 노인인구의 양적 증가와 더불어 전체인구에 대한 노인인구의 비율 역시 최근 들어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00년에 이르러 65세 이상 노인인구의 비율이 7.0%를 상회하는 노령화 사회에 접어들었으며 향후 노인인구의 증가속도는 가파르게 진행되어 2020년경에는 15%에 이르게 되며 2050년경에는 이 세상에서 노인인구의 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에 다다르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노인인구의 증가는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 많은 문제를 수반하게 된다. 즉 최근까지 노인 연령군에 진입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들의 모든 자원들을 자식양육을 위해 헌신함으로서 그들 자신을 위한 노후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 결과 대부분의 노인은 경제적으로 의존적이며 역할상실에 의한 소외감의 증대 그리고 건강상의 문제 등으로 많은 어려움을 안고 있다.
인구가 고령화되면 될수록 그에 수반하여 파생되는 문제는 더 더욱 증가하게 되는데 그 가운데 간과할 수 없는 심각한 문제중의 하나로 치매노인들의 부양문제를 들 수 있다. 65세 인구의 약 7%가 치매에 이환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치매노인은 노인인구가 증가하고 고령인구의 비율이 증가할수록 치매노인의 수와 비율을 더욱 더 증가시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므로 치매노인의 부양문제는 가정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나 국가적으로 커다란 문제임에 틀림없다. 특히 가족형태의 변화와 가치관의 변화 등으로 치매환자들의 부양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위한 정부차원의 지원은 매우 한정적이며 전적으로 가족에게 모든 부양의 책임을 내맡기고 있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노인부양 문제가 비단 어디 치매노인에만 한정되겠는가? 나이가 많아지면 자연스레 거동이 불편해지기도 하며 중풍이나 관절염 그리고 골다공증과 같은 질환에 의해 노인 혼자 독자적으로 생활을 영위할 수 없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마련이다. 이와 같은 노인문제는 어떤 형태로든 우리 개인 모두에게 직ㆍ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 곳 미국에 이민와 살고 있는 교포들에게 있어서도 노인부양의 문제는 결코 남의 일은 아닐 것이다.
고국에 노부모를 남겨 두고 온 분들도 있을 것이고 노부모가 이 곳에 살고 계신다 하더라도 상황은 비슷할 것이다. 단지 시민권이나 영주권을 소지한 사람들은 정부에서 제공하는 의료혜택이나 사회보장기관에서 보조하는 얼마간의 지원금으로 어느 정도의 경제적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여전히 문제는 남아 있는 듯 하다. 노인들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청취하여 예산에 반영할 목적으로 최근 베이지역의 어느 관련 부서에서 주최한 행사에 아시아인들의 참여율이 저조하며 특히 한인들의 참여율이 가장 낮은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스스로 나서서 자신들의 권익을 찾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은 그만 두고라도 자신들에게 주어진 기회마저 외면한다면 자신들의 권익을 대변해 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다시 한번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 생활 주변에는 힘들고 어려운 처지에 있는 노인들이 상당히 많다. 통계자료에 의하면 미국사회 전체를 보더라도 전체노인인구의 약 60% 이상이 노후대책이 되어 있지 않다고 한다. 노인문제는 결코 노인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우리 모두의 문제이기에 한 사람 한 사람 개개인이 노인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이에 대한 구체적인 노력을 기울여 나갈 때 보다 밝은 미래도 보장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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