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옷 바람으로, 또는 화려한 광대가 되거나 머리에 피를 줄줄 흘리듯 새빨간 페인트를 칠하고, 여장(혹은 남장)을 하고, 머리에 호박을 눌러 쓰고, 청진기를 목에 두르고 수술복 차림으로 등교하는 것을 허락하는 날은 일년에 단 하루 핼로윈때 뿐일 것이다.
이상하게도 올해는 여느 해보다 많은 학생들과 교사진, 그리고 사무직원들이 커스튬을 입고 등교했는데 물론 축제 분위기를 즐기는 학생들과 교사진들도 있었지만 귀중한 학업 시간과 자원의 낭비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사탕 껍질들로 인해 더해진 교내 쓰레기, 들떠서 떠들고 까불다가 시작되는 학생들간의 잦은 싸움들, 따라서 이모저모로 다치는 학생들로 여러 학교에서는 특히 교내 청소를 맡으신 환경보호직원(custodial staff)과 문제아들을 다루는 학생 주임들과 양호 교사들께서 무척이나 바쁘신 날이었다.
많은 학교에서 하듯 점심 시간을 이용한 퍼레이드나 커스튬 콘테스트 등의 핼로윈 행사는 행사 그 자체 때문만이 아니라 행사를 준비하는 시간과 학생들의 학업에의 열중에 방해되는 시간과 행사 후에 쌓인 쓰레기 처리 등으로 귀한 시간을 거의 다 낭비하는 것과도 같은 인상을 주어 더욱 안타까웠다.
또한 학생들간의 싸움도 보통 때보다 많아져서 교내의 안전에 비상을 거는 사건도 생길 수가 있을 뿐 아니라 초점을 학업에 좀더 일관성 있게 맞추어야 하는 부담도 함께 가지면서 필자는 내년에는 좀 더 안전하고 안정된 10월31일을 학생들과 함께 준비하여야 하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악마를 숭배하는 위치 크래프트 행사로 시작되었다는 유래를 가진 이 핼로윈이 청교도들에 의해 세워진 이 나라에서 이토록 활발하게 거행되는지 참 아이러니컬하지 않을 수가 없다.
교내에서 뿐만 아니라 마켓이나 책방 등의 업체에서 핼로윈을 기념하는 장식물들도 필자에겐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었다.
한 업체에선 피가 묻어 있는 해골로 장식한 여러 물건들뿐만 아니라 나무로 만든 관 안에 놓여진 돌로 만든 제단 위의 촛불 두 개 사이에 성경책을 모방한 책을 가까이서 보니 커버에 악마의 이름을 제목으로 써놓고 하나님과 기독교를 모독하는 내용의 글이 적혀 있는 것이었다. 놀라서 뛰쳐나올 수밖에 없었다.
보고 듣고 행하는 모든 것이 자녀의 잠재 속에서 그들의 인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엄연한 사실인데도 이 사회에서 이토록 잔인하고 섬뜩한 이미지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대하고 자녀들을 방치한다면 자녀 교육에 과히 긍정적인 결과를 보지는 못할 것이라 본다.
자녀들의 정신을 사로잡는 컴퓨터 게임들이나 영화들도 이런 무시무시한 그래픽으로 가득하지만 핼로윈의 문제는 이런 분위기를 장려하고 기념하는데 있다고 본다.
각 가정마다 핼로윈을 다양하게 보내겠지만 필자와 같은 생각이라면 자녀와의 대화와 교육의 기회로 삼으시기를 권한다.
자녀에게 핼로윈에 대한 유래를 함께 읽고 그것에 대한 부모님의 의견과 가치관을 정확하게 전해 주어야겠다.
무조건 안 된다고 하고 핼로윈을 기념하는 사람들에게 손가락질하면 부모님과 의견이 다른 자녀들이 반감을 살 수도 있고 부모님께 순종하는 자녀들은 핼로윈을 즐기는 사회에서 소외감을 느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축제 분위기에 집 문을 꼭 잠그고 있으면 자녀들 특히 어린 나이의 자녀들은 참기 힘든 경험이 되겠으니 가까운 친척들이나 친구들의 가정과 함께 시간을 보내거나 교회나 사회 단체에서 운영하는 카니벌이나 안전한 장소에서 하는 추수기념제(harvest day festival) 등에의 참석을 권유한다.
마가렛 김
<케네디고등학교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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