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칼럼
▶ 김명욱 <목회학 박사. 종교전문기자>
사랑은 집착이 아니다. 사랑은 놓아주는 것이다. 상대방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것이다. 상대방을 먼저 생각해 주는 것이다. 그리고 사랑에 따라야 할 것은 희생이다. 희생 없는 사랑은 말 뿐이요 욕심에 불과하다. 욕심에 찬 사랑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다. 자신의 목숨까지도 내어줄 수 있는 사랑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이다.
<모래 시계>를 빌려 다시 보고 있다. 두 번 보고 세 번째 보아간다. 총 24회분인데 구성 자체가 탄탄하다. 지루하지가 않다. 영상처리도 요즘 극과는 비교 안될 정도로 잘돼 있다. 사랑과 배신. 음모. 정치깡패. 조직폭력. 우정. 삼청교육대. 5.18 광주의거. 비자금 상납. 청부 살인. 의리. 갈등. 권모술수. 많은 것들이 나온다.
다시 세 번을 보면서 느끼는 것이 많다. 특히 백재희(이정재)의 윤해린(고현정)에게로 향한 사랑은 순수(純粹) 사랑의 결정체다. 결국 백재희는 해린을 살리고 목숨을 잃는다. 해린을 그림자처럼 말없이 따라다니며 보호했던 백재희. 그는 "해린을 옆에서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좋다"며 해린의 보디가드 역할을 목숨 바쳐 다한다.
또 하나의 주인공, 박태수(최민수). 해린은 박태수를 사랑한다. 박태수도 해린을 사랑한다. 해린은 아버지의 죽음으로 카지노를 인계 받았으나 비자금 상납 거부로 영업정지를 당한다.
자신의 재산을 다 팔아 비자금 상납을 대신 해준 박태수. 그는 해린을 괴롭힌 친구 오종도(정성모)를 살해한 혐의로 친구 검사의 손에 사형구형을 당하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다.
이 때, 박태수가 친구 강우석(박상원) 검사에게 한 말. "나 떨고 있냐!"는 <모래 시계>가 한국에서 상영된 후 오랫동안 장안의 화제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었다. 한 사람은 조직폭력의 두목으로, 또 한 사람은 사법고시를 패스한 검사가 돼 만난 이 친구들. 결국 죄를 진 사람은 죄 값을 받고 목숨을 잃지만 박태수가 해린을 사랑한 그 사랑엔 변함이 없었다.
이 극에서 정부 비자금 상납을 주도했던 장도식 역을 맡았던 남성훈씨가 얼마전 타계했다. 55세의 나이로 한창 일할 나이에 세상을 떴으나 그의 아들이 다시 탈렌트가 되어 김수현 씨 극본의 ‘내사랑 누굴까’에 출연하고 있다고 한다. 조용하고 은밀한 말투로 조직폭력배를 정치깡패로 사용하며 비자금 조성을 주도한 그의 역할은 상당히 비중 있었다.
바라보고만 있어도 가슴이 울렁거리는 그런 사랑. 사람들은 그런 사랑을 한 번쯤은 다 해보았을 것이다. 특히 <모래 시계> 안의 백재희의 사랑. 그 역을 맡은 이정재의 말없는 눈빛 연기는 뭍 여인들의 가슴을 훔치고도 남을 만큼 큰 획을 그었었다. 육체적 사랑 아닌 정신적인 사랑. 목숨을 버릴 만큼 희생적인 사랑. 그 사랑은 참으로 고귀한 사랑이다.
그런 사랑 중엔 짝사랑이 있다. 짝사랑이야말로 사랑의 결정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있다. 짝사랑은 상사병을 도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사병이야말로 약이 없는 병이다. 그러나 그 상사병을 예술로 승화시킬 때 좋은 작품이 창조된다.
김소월의 시에서 나타나는 사랑의 시들. 사랑을 예술로 승화시킨 좋은 본보기라 하겠다. 정신적 숭고한 사랑에서 육체적 사랑의 갈구가 생길 때 갈등은 시작된다. 한 여자가 많은 남자를 동시에 사랑할 수는 없다. 한 남자가 많은 여자를 동시에 사랑할 수는 없다.
사랑은 마음의 작용이기에 갈등은 더 심화된다. 육체적 갈구의 사랑은 예술적 승화를 감소시킨다. 집착이 앞서기 때문이다. 욕구에 눈이 멀 수도 있기에 그렇다.
남녀간의 사랑은 참으로 정의 내리기가 힘들다. 좋아한다고 사랑하는 것은 아니다. 사랑한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물론 사랑은 ‘좋음’으로부터 시작된다. 서로 좋아하면 사랑할 가능성은 높아진다. ‘좋아한다’ 함은 마음이 맞음을 뜻한다. 이심전심이 여기에 해당된다. 우연도 가미된다. 인연도 가미된다. 불교에서 말해지는 연기설(緣起說)도 사랑을 뒷받침하게 된다.
세상에 태어나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만나 서로 사랑하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은 별로 없다. 사랑은 모든 것을 덮을만한 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모래 시계>에 나오는 백재희 같이, 사랑은 목숨까지도 버리게 하는 큰 힘을 갖고 있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힘 중 사랑만큼 큰 것도 드물다. 언제 보아도 상대방을 편하게 해주는 사랑. 상대방을 놓아줄 수 있는 사랑. 모
든 것을 희생할 수 있는 사랑. 그런 사랑이 아쉬운 때다. <야인 시대>를 보는 사람들이 <모래 시계>를 보는 나를 두고 ‘웃긴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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