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선거에서 유권자가 특정 후보를 선택하는 기준은 개인이나 집단의 이해관계이다. 물론 어느 후보가 국가와 국민을 위해 더 좋을 것이라는 판단에서 투표를 하지만 유권자는 자신과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후보자가 그런 사람이라고 결론을 내리게 된다.
미국의 공화당은 기업 중심의 경제정책을 취하기 때문에 기업가들의 지지를 받는다. 반면에 민주당은 사회복지를 중시하기 때문에 서민층의 지지를 받고 있다. 그래서 유색인종이 민주당 편에 서게 된다.
그러나 공화당과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성향이 바뀌고 주변 정세가 변함에 따라 변화한다. 이민자들이 처음에는 민주당을 지지하다가도 미국사회에서 자리를 잡아 큰 사업가로 성장하거나 상류층이 되면 공화당 지지자가 되기도 한다.
지난 중간선거에서 집권당인 공화당이 상하 양원을 장악한 것은 현재 미국인들의 인식이 국내 문제 보다 테러와의 전쟁이 더 중요한 것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제 한달 남짓 앞두고 있는 한국의 대선 열기는 뉴욕을 비롯한 미주한인사회에서도 달아오르고 있다.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사람들의 이름을 따서 이회창 후원회, 노무현 후원회, 정몽준 후원회가 곳곳에서 조직되었다. 이런 후원회에 앞장 선 사람들은 물론 그 후보의 정책을 지지하기 때문에 돕는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후원회를 하는 사람들은 특정 후보와 동향이거나 학교 동창, 직장 선후배 등 개인적 인연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여러모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사람들이다. 또 지금까지는 어떤 인연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대선을 통해 줄서기를 잘 함으로써 정치적, 경제적 이익을 보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는 언제나 한인들이 미국정치에 참여하여 우리의 권익을 찾아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고 있지만 미국정치 참여는 잘 안되고 한국정치 참여가 잘 되는 이유가 있다.
한인들이 미국에서 오래 살고 있지만 미국정치에 대해 잘 알지 못할 뿐만 아니라 미국의 공직에 진출할 수 있는 사람과 미국에서 정치적 혜택을 필요로 할만한 큰 기업이 별로 많지 않다. 또 미국의 정치는 너무도 맑기 때문에 조금 거들어주는 척하고 많은 혜택을 받을 수도 없다.
말하자면 정치 참여의 실익이 별로 없는 셈이다.
그러나 한국의 정치 참여는 그렇지 않다. 재미 한인이라는 프레미엄 때문에 오히려 한국에서 정치에 참여한 사람들 보다 더 큰 보상을 받을 수도 있다.
한국 정계에서 두각을 나타낸 박지원, 김혁규씨의 케이스가 한인들의 정치열기를 부채질했다. 이들처럼 직접 정계에 진출하지는 못하더라도 정계와 연줄을 맺음으로써 각종 이권에 접근하려는 사람들이 이른 바 한
건을 벼르는 때가 바로 이 대선기간이다.
이번 대선에 앞장 서고 있는 사람들은 크든 작든, 또 직접이든 간접이든 선거에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사람들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지도 않은데 미국에서 한국 선거에 열을 올리고 다닌다면 정신 나간 사람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좋은 자리를 얻으려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사업에 도움을 받으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또는 자신이 바라는 나라와 사회를 만들어
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어느 후보를 마음으로 지지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 이렇게 특정 후보를 위해 앞장서는 사람들만 한국 대선에 이해관계가 있고 그렇지 않은 침묵하는 다수의 한인들은 아무 이해관계가 없을까. 그렇지는 않다. 우리 한인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앞으로 한국과 미국의 관계가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것이다.
DJ정부 때 한미우호관계에 금이 가면서 가장 걱정에 휩싸이고 있는 사람들이 재미 한인들이다. 한미관계가 껄끄러워지고 나아가서 적대관계가 된다면 우리가 미국에서 받게 될 대우는 불을 보듯 뻔해진다. 한 마디로 말해서 재미 한인의 이해관계에서 한미우호 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그러므로 우리가 마음속으로 지지하는 대선후보는 한미우호를 가장 중요시하는 후보가 되어야 한다. 한국에 좋은 자리가 생기거나 사업이 생기면 언제든지 보따리를 싸서 한국에 가려고 하는 사람은 누구를 지지해도 좋다. 그러나 자손만대 미국에서 살려는 사람에게 한미우호관계 보다 중요한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재미한인들은 이 점을 똑똑히 인식하여 이번 대선 후보를 제대로 성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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