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손을 멈추고 여유를 갖고 친척 친지 자녀의 결혼식에 참석하는 저녁시간은 즐겁고 행복하다. 잘 가꾸어진 정원에서 주례 목사에 의한 예식이 경건하나 재미있게 치러진 뒤 흥겨운 음악과 춤이 이어지고 즐거운 담소의 시간을 갖는 것은 백인 동료들의 결혼식에 참석해 보면 흔히 겪는 경험이다.
전통예식을 곁들이기도 하는 한인 결혼식에 참석해 보면 같은 서구식을 따르면서도 예배가 중심이 되어 유머 감각을 잃어버린 채 너무 경건, 엄숙하고 지루해서 장내에서 웃음 띤 얼굴 찾기가 극히 힘들다.
입구에 꼭 마련돼 있는 축의금 접수처를 지나 정해진 자리에 앉아 식순지를 보면 ‘예배’가 의식의 전부로 짜여 있어 거듭되는 신의 은총과 축복의 말씀으로 길어질 의욕적인 목사의 모습을 연상하곤 난감해진다.
주말 저녁에 치러지는 결혼식 축하객은 보통 허기진 채로 참석한다. 식의 한 절차로 예배가 결부되어 짜여진 순서가 교회정서에 융화되어 ‘신’의 이름으로 거듭 기도하고, 축원할 때 긴장된 신랑신부나 축하객은 불편을 느끼게 되고 이로 인해 저녁 식사와 유흥을 위한 시간까지도 늦추어지는 것은 결코 유쾌한 일이 못된다.
마음에 맞는 이성을 만나 성대한 예식을 갖는 것 자체가 신의 축복을 듬뿍 받았다는 증거인데 저녁시간을 넘긴 시각에 허기진 채로 이제나저제나 끝나기를 기다리는 축하객의 어려운 사정은 뒤로한 채 설교 말씀이 길어진다 해서 어떻게 더 큰 은총이 입혀진다 할 수 있을 것인가.
일생에 한번 있는 기회라는 이유로 해서 보통 150달러의 값으로 한자리가 마련되어 4시간을 즐기게 짜여진 귀중한 시간인데 매주 갖는 예배의식으로 그 4분의1을 보낸다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본다. 지쳐버린 축하객은 식사를 마친 뒤 흥겨운 시간이 시작되기도 전에 떠나버려 빈자리가 여기 저기 보이기도 한다.
우리 선조들은 정치 사회 종교에서 외부로 배워 익힌 것을 발생지보다 더 원색적이고 경직된 이론과 형식으로 발전시켜 생활화한 면을 갖고 살아온 듯한데 유쾌한 결혼식을 유도해야 할 주례목사의 의식도 이런 범주에 묶여 있다면 슬픈 일이다.
결혼식에 초청 받았으면 육체를 움직여 참석하고 마음을 열어 신부신랑의 새 출발을 축하해 주는 일과 부드러운 말로 초청인을 칭찬해 주고 잔치의 흥이 절정에 이를 때까지 남아 함께 하는 것이 축하객들이 할 일이 아닐까.
백만옥/전 역사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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