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한인 테리야끼 업주들이‘너죽고 나죽기 식’경쟁을 지양하고 공존공영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는 보도(한국일보 11월 15일자)는 신선한 충격을 준다. 이들은 음식값을 올리고 그만큼 질과 서비스도 향상시켰더니 고객 반응이 우려했던 것과 달리 오히려 긍정적이었다고 전했다. 머지않아‘워싱턴주 테리야끼 식당 협회’(가칭)도 생겨날 전망이다.
워싱턴주 경제는 장기불황의 늪에 빠져 실업률이 전국 최악이다. 실직자가 무려 22만여명이나 된다고 한다. 장사가 잘 안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동종 업소들끼리 살아남기 식 공존전략을 추구한다는 것은 매우 현명해 보인다. 살아남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과감하게 새로운 비즈니스를 차리는 한인들도 있다. 기존 업소들이 뻥뻥 나자빠지는 판에 정신 나간 소리처럼 들릴 지 모르지만 이들의 성공사례를 보면 반드시 그렇지도 않다.
시애틀의 강승규-황승혜씨 남매가 세운‘e-사이클 테크놀러지’사는 남이 쓰다 버린 컴퓨터를 수거, 재활용하거나 부속품을 팔아 1년만에 고용원 8명을 둔, 총수입 50만달러의 당당한 중소기업으로 키웠다. 컴퓨터 쓰레기는 넘쳐나는 데 신경 쓰는 사람이 없다는 데 착안한 이들 남매는 2004년에는 3억2천5백만 대의 컴퓨터가 미국서 폐기되며 거기 내장된 금속물질도 엄청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120만 파운드의 납, 200만 파운드의 카드뮴, 40만 파운드의 수은, 120만 파운드의 크로뮴, 소량이지만 금도 있다는 것이다. 이 지역에는 컴퓨터 폐기장이나 용광로 시설이 없다. 미국인이 운영하던 관련회사 두 곳도 문을 닫은 터였다.
강씨 남매는 헌 컴퓨터를 업그레이드해서 새 것으로 파는 등 100% 재활용을 시도한다. 휴대전화 한 개로 시작한 사업은 요즘 매달 6천달러의 렌트를 내고 빌린 16,000평방피트 넓이의 창고에 인벤토리가 꽉 찰 정도로 번창해 있다. 폐 컴퓨터들을 선금 받고 들여와 플라스틱 상자와 쇠붙이를 분류하고, 금과 알루미늄 등 10여 가지의 금속물질을 모았다가 한 달에 한번 씩 판다. 플래피 디스크와 하드 드라이브 디스크도 판다. 타 주에서 부속품 주문이 쇄도한다.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컨테이너 분량의 주문이 들어왔다. 아무짝에도 쓸모 없어 마지막까지 팔리지 않는 폐기물은 텍사스주나 애리조나주에 있는 용광로에 보내진다.
강 사장은 10여년간 컴퓨터를 독학으로 공부했지만 워싱턴대학 회계학과 졸업 후 잠시 무역회사에 근무한 동생 황씨는 컴퓨터와는 인연이 멀었다. 남들이 거들떠보지 않는 폐물로 비즈니스를 일군 이들은“쓰레기 속에서 금광을 찾는 도전과 열정을 즐긴다”고 자랑한다.
시애틀 타임스의 일요 부록잡지인‘퍼레이드’17일자 호엔 샌프란시스코에서 아시아 요리로 성공한 애니 전 여사장이 소개됐다. ‘매운 음식 맛은 무엇?’이라는 제목의 이 기사는 서울 태생인 전 사장이 단돈 500달러로 1992년 시작한 쉽고 간편한 동양음식 판매 비즈니스를 그녀의 사진과 함께 실었다. 남이 우습게 생각하는 동양음식에서 문화민족의 자산을 극대화해 큰 회사로 키운 전 사장 모습은 너무도 당당해 보였다. 강 사장 남매처럼 그녀도‘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도전을 기회로 대응하면서 이룬 쾌거라고 할 수 있다.
창의력과 열정적인 도전에서 보람을 찾는 기업 마인드는 참으로 바람직하다. 미국 굴지의 화장품 회사를 일군 에스티 로더는 뉴욕의 빈민굴에서 태어났다. 은퇴할 때 총수익 19억달러를 기록한 그녀의 사업성공 비결은 ▲자신을 가져라 ▲본능을 믿어라 ▲실수를 인정하라 ▲메모하는 습관을 길러라 ▲신뢰가 필요한 곳에 신용을 쌓으라는 것 등이었다.‘경쟁에서 눈길을 떼지 말라’는 충고도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이 충고는 제살 깎아먹기 식 경쟁을 부채질한 것은 아닐 것 같다. 불경기 속의 과당경쟁은 경기회복 전에 공멸을 초래하기 쉽다. 우리 한인업계에도 페어 플레이의 양보정신, 아니면 신선한 창업정신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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