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어디를 가나 불경기 타령이다. 3년째 미국 증시가 추락하면서 타격을 입은 경제불황의 여파가 한인들에게도 심각하게 밀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경제는 증시의 거품현상이 꺼지는 과정에서 9.11 테러사태와 대기업의 회계 부정등 악재를 만나 계속 내리막길을 미끄러져 내려왔다. 수많은 기업이 파산하는가 하면 구조 조정으로 실업자가 늘었다. 소비 심리
는 극도로 위축되어 경기침체 상태가 지속되고 있으나 언제쯤 회복될 것이라는 기미 조차 없다.
한인 경제는 미국경기의 영향을 한 발짝 늦게 타는 경향이 있다. 미국경제가 나빠지면 우선 미국인을 상대로 하는 한인 비즈니스가 불경기를 겪으면서 한인 상대의 비즈니스로 영향이 확산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그런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델리, 세탁, 네일 등 미국인 상대의 비즈니스는 큰 타격을 받은지 이미 오래이다. 매상이 격감하여 종업원을 줄인 곳이 있는가 하면 적자운영에 허덕이는 업소도 있다. 이 여파가 한인 상대의 비즈니스로 퍼지고 있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불경기인지 아닌지도 모르고 지내겠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불경기의 고통을 실감하고 있다.
이렇게 어려운 시기는 지금만 있는 것이 아니다. 70여년 전 대공황 때는 지금보다 훨씬 심한 고통을 겪었다. 1929년에 시작된 대공황은 1933년에 세계적으로 최악의 상태에 이르렀는데 미국의 경우 전체 노동인구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1,500만명이 실직을 했다.
많은 사람들이 의식주의 부족으로 고생했고, 특히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해 영양실조로 사망하는 사람까지 나타났다. 이 공황 사태는 10년이나 계속되다가 1939년에야 회복되기 시작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사람들의 경제생활이 현대처럼 풍요했던 적은 없었다. 과거에도 왕족이나 귀족등 특수층은 일반대중을 착취하여 호의호식을 했으나 일반 사람들은 굶주림을 벗어나지 못했다. 생산수단이 열악하여 생산량이 보잘 것 없었기 때문이다.
서구에서도 사람들의 경제생활에 여유가 생기기 시작한 것은 산업혁명 이후 생산이 확대되면서부터이고 현대에 들어와서 과학기술의 눈부신 발전으로 농업등 모든 산업분야가 급성장 함으로써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기에 이른 것이다.
우리가 한국에서 살아온 경험을 되돌아 볼 때도 격세지감이 있다. 6.25 때 하루 세끼의 밥을 제대로 먹었던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5.16 이후 산업화가 이루어지기 전까지만 해도 겨울을 지내고 봄에 보리가 나올 때까지를 보리고개라 하여 이 시기에 초근목피로 연명한 사람들이 많았다. 영양 과잉이니 비만이니 하는 말은 상상 조차 할 수 없었던 때였다.
그런데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경제가 팽창한 지금도 사람이 살아가는데 가장 기본적인 요소인 식생활을 해결하지 못해 굶주림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많다. 미국과 서구, 동아시아 일부 국가를 제외한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는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북한도 물론 그런 곳 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지금 아무리 불경기라고 하더라도 하루 세끼의 밥을 굶는 사람은 없다. 개인적으로 경제적인 능력을 상실하여 굶을 지경에 처하더라도 국가에서 제공하는 웰페어 혜택이 먹여 살려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인 노인의 입에서도 “미국이 효자”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이제 해마다 찾아오는 추수감사절이 곧 다가온다. 1620년 미국에 도착한 청교도들이 한 해를 지낸 후 추수한 곡식으로 음식을 만들어 하나님께 감사드리고 나누었다는 유래에서 지정된 추수감사절은 기독교적인 절기이다. 그러나 감사가 어디 기독교인에게만 해당하는 일인가.
지금 불경기로 인해 우리는 얻을 것을 못 얻고 손해를 감수하고 있으며 또 얼마나 더 잃고 고통을 받을 지도 알 수 없지만 우리가 감사할 일은 얼마든지 있다.
첫째, 우리가 지금 이 순간 살아있다는 것 둘째, 우리가 이 시대에, 이 나라에 살고 있다는 것 셋째, 우리가 아직 밥을 굶지 않고 있다는 것만 해도 눈물나도록 감사한 일이 아닌가.
이번 감사절은 이런 마음으로 맞이하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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