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라크와 전쟁 할 경우 신속한 승리는 미국의 증시부양과 경제회생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전쟁이 확산될 경우 뉴욕증시가 반토막 나는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왔다.
최근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Center For Strategic & International Studies)에서 중동문제와 경제, 석유 전문가 10여명이 참가해 이라크와의 전쟁이 미칠 경제적 영향 분석에 관한 전략회의를 열고 전쟁의 양상으로 나눈 `3가지 시나리오’를 도출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다음은 CSIS가 예상한 3가지 시나리오.
■이로운(benign) 시나리오
전쟁 발발 후 4~6주 내에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이 붕괴하고 조기에 종전이 이뤄질 경우다. 전쟁에 따른 유가 폭등이 제한적 수준으로 발생하고 그 여파가 신속히 사라진다는 것을 가정하고 있다.
로런스 마이어스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이사는 "실제로 이라크와의 전쟁이 쉽게 끝나 그 동안 경제를 불안하게 만들었던 전쟁이라는 불확실성을 제거할 수만 있다면 오히려 유가증권 시장을 부양시키는 효과가 있다"며 "이런 속전속결이라면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경우와 비교해볼 때 경기를 확실하게 진작시킬 수 있는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가능성은 현재 40~60% 정도로 추정할 수 있는데 미국 주도의 동맹군이 이라크의 저항에 거의 부딪치지 않거나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가능하다.
이 경우 유가는 일시적으로 배럴당 35달러 수준까지 치솟을 수 있으나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이라크산 원유 부족분을 메울 수 있기 때문에 유가는 곧 안정을 되찾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회의에 참석한 패널들은 속전속결로 끝나면 전쟁이 내년 상반기 미국 경제 성장률에 0.5% 포인트 가량의 플러스 요인을 제공할 것으로 관측했다.
■중간(intermediate) 시나리오
약 30~40%의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중간 시나리오로 전쟁이 6~12주 가량 지속되는 경우를 의미한다. 이 때는 뉴욕 증시가 현재 수준에서 18% 가량 급락하고 증시 침체가 내년 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또 군비지출이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미국 경제 성장에 1.7%포인트의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악성(worse-case) 시나리오
이라크가 이스라엘에 대량 살상 무기를 사용하고 중동의 일부 유전이 파괴되는 동시에 동맹군 사이에 분열이 일어나 전쟁이 장기전으로 끌려가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있다.
살로먼 스미스 바니의 경제전문가 로버트 디클레멘테는 "5~10%의 가능성밖에 없긴 하지만 아랍연맹이 석유를 무기화하고 유가가 배럴당 80달러까지 치솟는 상황을 전혀 배제할 순 없다"고 말했다.
패널들은 이 시나리오가 현실로 나타나면 뉴욕 증시가 40% 이상 폭락하고 미국 경제가 4.5% 수준의 마이너스 성장을 경험하는 등 공황에 버금가는 최악의 상황이
연출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장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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