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나이에 단신으로 청운의 꿈 안고 60년대 태평양 건너 미국에 와 어렵게 공부하고 미해군 본부 문관되어 근무중 지난 96년 9월24일 간첩죄로 체포, 기소된...」
이는 96년 북한의 야금야금 도발하는 침략 정보를 알고도 모른 체 할 수 없어 조국에 귀띔한다는 게 그만 미국법에 저촉되어 기밀 제공 간첩죄목으로 벌써 7년째 쓸쓸히 알렌우드 감옥에서 복역하고 있는 로버트 김(63)에 관한 나의 시편이다.
많은 사람들이 거의 잊었을는지 모르나 한때 방송이나 신문에 로버트 김에 대한 기사가 보도되었고 구출해야 한다는 서명 및 모금운동이 한국에서 뿐 아니라 이곳 미주에서까지 거세게 일어났다. 그러나 한때의 열기로 끝났고 미국사회엔 전혀 반영이 되질 않 았다.
오로지 조국을 위해 자기를 희생한 그가 마땅히 자유를 돌려 받도록 해주어야 할텐데… 하면서도 아직 힘없는 약소민족의 통분을 금할 수 없고 우리의 뜻이 전혀 관철되지 않는 게 서럽기만 하다.
그의 주소도 알지 못하는 내가 몇 년 전에 쓴 ‘우국지사 로버트 김’이란 제목의 졸시가 우연히도 남가주의 ‘시문학회’ 회원인 K씨의 손에 들어갔고 그는 곧 타이핑해 로버트 김의 부인에게 전해졌다. 다음은 로버트 김이 보내온 편지 내용이다.
「선생님께서 저를 아직 잊지 않으시고 그 아름다운 시로 저를 위로해 주시고 격려해 주심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제가 한국사람이 아니었으면 이런 일이 일어났겠습니까.
또 한반도가 분단되지 않았다면 이런 것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제가 애국가를 소리 높여 부르고 태극기를 쳐다볼 때마다 눈물 없이 그냥 지나쳤다면 미시민의 일원으로 아마 투표권이나 행사하는 평범한 사람일 것입니다. ……
지금 제가 미시민권을 포기한다 해도 주어진 형량은 다 살아야 하기에 구태여 다른 나라 시민권을 받을 필요가 없고 미시민권은 포기 않고 있습니다. 포기하게 되면 미 이민국법에 의해 다시 재판을 받고 형을 더 살아야 합니다. 아직도 저는 한국을 나의 조국이라고 믿고 있으며 2년 더 남은 형기를 무사히 마치고 사회 부조리로 부모들에게 버림받은 불쌍한 어린이들을 위해 남은 생을 바칠 각오입니다. 다시 한번 힘이 되신 것에 감사합니다.」
이 얼마나 갸륵한 조국 충정의 아름다운 마음씨일까. 참고로 그의 주소를 적는다.
Robert Kim
Register Number 49756-083
Low Security Correctional
Institution
Allenwood, P.O. Box 1000
White Deer, PA 17887
전종진 시인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