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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인영 서울경제 뉴욕특파원
한국의 대통령 선거를 3주 앞두고 미국에 살고 있는 한인 커뮤니티에도 누가 다음 대통령이 될 것인가로 화제가 분분하다. 투표에 참여할 입장이 아닌데도, 요즘 저녁 자리에선 선거 판세에 대한 의견이 오가고, 자신이 좋아하는 후보를 놓고 열띤 논쟁이 벌어지는 것을 흔히 본다.
다음 5년 한국을 이끌어갈 새로운 지도자를 뽑는 일인만큼 미국에 사는 한국사람들에게도 깊은 관심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한국을 잘 아는 미국사람들을 만나보면 그들도 한국의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될 것인지를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후보 단일화 이후 양강 구도로 압축된 후 워싱턴의 싱크탱크에 있는 한국 전문가나 뉴욕 월가의 한국 투자자들도 이회창 후보냐, 노무현 후보냐를 놓고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웬만한 한국 전문가들은 서울의 최근 정치 뉴스를 꿰고 있으며, 후보들의 성향과 지지층까지 훤하게 알고 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북한에 대한 중유공급을 한달간 연장, 12월부터 중단키로 한 것과 월가 투자자들이 최근 한국 증시에 보수적으로 투자하는 것도 대선 후 변수를 기다리는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 사람들에게 한국 대선이 중요한 이유가 무엇일까. 워싱턴의 부시 행정부 입장에선 한국의 차기 정부가 어떻게 구성되느냐에 따라 대북한 정책에 변화가 불가피하다. 월가 투자가들의 입장에선 다음 정부의 경제 정책이 어떻게 될 것인지가 중요하다.
정치 중심의 워싱턴과 경제 중심의 뉴욕에서 보는 한국 대선 관전 포인트가 다르다. 워싱턴의 한국통들은 이회창 후보와 노무현 후보 중 누가 부시 행정부의 대북한 정책에 더 가까운지를 주시하고 있다. 이에 비해 뉴욕 월가 사람들의 초점은 김대중 정부의 지난 5년간의 경제개혁이 어느 후보에 의해 보다 강력하게 지속될 것인지 하는 점에 쏠려있다.
두개의 관심, 즉 대 한반도 정책 조율과 경제 개혁 지속성 여부 사이에 직접적 연관성은 없다. 또 두 이슈에 대해 워싱턴과 뉴욕 월가가 선호하는 한국의 후보는 다르다.
그동안 미국 언론 보도나 월가 사람들을 만나서 들은 얘기를 종합하면, 행정부와 의회를 장악한 공화당 보수파들 경우 이회창 후보의 노선을 대체로 선호하고, 월가 투자가들은 노무현 후보 쪽에 가깝지 않느냐 하는 관측을 낳게 한다.
미국 언론들은 부시 행정부가 북한의 핵개발 프로그램 포기를 위해 한국의 대북 경제지원을 중단하길 바라고, 이에 이 후보가 근접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가 북한을 ‘악의 축’으로 지목한 이후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과 껄끄러운 관계를 형성했던 점에서 미국의 보수 언론들은 보다 강력한 대북 정책 조율을 위해 이 후보를 선호하고 있는 듯 한 논
조를 드러내고 있다.
자본의 논리는 다소 다르다. 월가 투자자들은 현정부의 경제 개혁 조치를 지속할 가능성이 큰 노 후보쪽으로 기우는 듯 하다. 이 후보가 재벌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한 것은 경제 개혁에 관해 과거 회귀의 가능성을 우려한 대목으로 볼 수 있다.
살로먼 스미스 바니의 제프리 셰이퍼 부회장은 몇 달전 한 모임에서 "과감한 경제개혁을 지속할 경우 한국 경제는 발전할 것이며, 개혁을 지연하면 일본처럼 장기침체에 빠질 것"이라며 한국의 인구 연령구조를 비유해 개혁의 강도를 설명한바 있다.
노 후보로 단일화된 이후 서울의 종합주가지수가 700 포인트를 넘어 상승세를 지속하는 것은 한국 증시의 주요투자장인 외국인들에게 개혁 지속에 대한 안도감을 심어주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있다.
한국은 70년대 유신 말기에 전통적 우방인 미국과 삐걱거린 후 정치적 위기를 맞았고, 지난 97년 뉴욕 투자자들이 한국 경제정책을 불신했을 때 IMF 위기를 당한 경험이 있다. 어느 후보를 당선시킬 것인지는 한국 유권자의 몫이다. 하지만 당선자는 곧바로 대북 정책과 자유시장 원칙에 관해 부시 행정부와 뉴욕 월가 투자자들과의 조율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in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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