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을 사형시키는 데에는 두 가지 뜻이 있다. 하나는 죄지은 사람에게 사회가 ‘보복’하는 것이요, 두 번 째는 다른 사람에게 ‘본보기’ 또는 ‘겁’을 주어서 그러한 죄를 못 짓게 하는 것이다. 나는 근본적으로 사형제도에 반대하는 사람은 아니다. 나를 위시해서 죽어야 마땅할 사람들이 내 주변에 수없이 많다. 그러나 평범한 우리 죄인들은 언젠가는 반드시 죽기 때문에 일부러 잡아다가 죽이지 않더라도 이 사회는 저절로 정화되는 것이다.
문제는 소위 말하는 재판이라는 제도를 거쳐서 어떤 형사범을 죽이는 일이다. 일리노이주에서는 1977년 사형제도가 부활된 이후로 12명의 사형수가 처형되었고 13명의 사형 확정을 받은 죄수들이 무죄로 풀려났다고 한다. DNA 식별이라는 새로운 기술이 발달된 이후로 무고하게 사형수가 된 사람들이 무더기로 풀려나고 있다.
몇 해 전 일본에서는 어떤 사람을 살인죄로 사형시킨 후에 진범이 나타나서 사회를 떠들썩 하게 한 적이 있다. 이 진범은 그때까지도 못 찾았던 피해자의 시체를 자기가 어디에 묻었는지 경찰에게 말했고 거기에 가보니 과연 시체가 있었다.
수 십 년 전에 ‘나는 살고 있다’라는 수잔 헤이워드 주연의 영화가 있었는데 수잔은 경찰의 압력에 못 이겨 허위 자백을 했고 결국은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고 만다. 불완전한 인간이 만든 모든 상품이나 제도나 종교는 불완전하게 마련이다. 이 불완전한 것들에게 자기 자신들을 100% 맡긴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나는 살인을 저지른 사람을 용서하고 싶지 않다. 다만 100명중의 하나라도, 천명중의 하나라도, 아니 100만명중 하나라도 죄 없는 사람이 죄를 뒤집어쓰고 죽음을 당하는 것은 가슴아픈 일이다. 그것은 바로 내 자신일 수도 있는 것이다.
서효원/ 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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