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독자 여러분들은 말할 것이다. ‘A duck in a noose’가 뭐야? 글자 그대로 번역하면 밧줄로 만든 고리가 목에 감긴(꼼짝없이 잡힌) 오리이다. 그런데, 이 제목을 보고 지난 10월 2일부터 3주 동안 DC, 메릴랜드, 버지니아 주 지역에서 연쇄 살인으로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한 스나이퍼들을 떠올리는 독자가 몇 명이나 되는지 궁금하다.
‘A duck in a noose’ 라는 표현은 몽고메리 카운티 경찰서장인 찰스 무스가 10월 23일 수요일 가진 기자 회견 중 스나이퍼에게 전하는 메시지에서 처음 사용함으로써 일반인들에게 알려지게 되었다. 무스 경찰서장은 “당신은 우리(경찰)가 ‘스나이퍼를 a duck in a noose 같이 체포했다’ 라고 말해주기를 요청했소. 우리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는 것이 당신에게 중요한 일이라는 걸 우리는 알고 있소" 라고 말했다.
이것은 같은 날 이른 아침 버스 운전수를 쏴 죽인 현장에 남긴 쪽지에서 스나이퍼가 이 말을 사용한 것을 경찰이 그대로 인용하면서 답변을 한 것이다. 이 기자 회견 장면을 나도 보았는데, 이 말이 하도 희한해서 굉장한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다. 도대체 ‘a duck in a noose’가 무엇이길래, 범인이 그런 말을 해달라고 요구를 했을까?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 봐도 잘 모르던 이 표현에 대한 궁금증은 곧 풀렸다. 나처럼 이 표현에 귀가 쫑긋해진 사람들이 많았던 모양이다. MSN, CNN, UPI 등에서 이것을 커버한 기사가 나왔다. 인디언들(체로키 인디언이라는 설이 유력하다)의 우화 중에 “토끼와 오소리 그리고 오리 사냥"이라는 것이 있단다.
이 우화에서는 토끼가 밧줄을 목에 걸어 오리를 잡았으나 오리는 달아나고 오리를 추적하다 토끼가 오히려 나무 그루터기 구멍에 빠져 옴짝달싹 못하게 된다. 스나이퍼들은 비록 경찰이 자기를 이 오리처럼 꼼짝 못하게 잡더라도 경찰은 토끼처럼 다시 ‘오리’를 놓치게 된다는 암시를 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러나 존 엘렌 무하마드(개명 전에는 윌리엄스), 존 리 말보, 이 두 사람의 스나이퍼들은 세상 모르고 차 속에서 새벽잠을 자다가 잡힌 후에는 다시 도망하지 못했다. 여기에서 내게 거의 신기하고 불가사의하기까지 한 것은 이들의 체포를 가져 온 일등 공신은 그 누구도 아닌, 스나이퍼 자신들이라는 점이다.
거의 3주 동안 이들이 종횡무진으로 사람을 죽이며 다니는데도 경찰과 수사 기관은 거의 아무런 단서도 잡지 못했다. 범행에 쓰인 차량까지도 실제의 1990년도 청색 쉐비 카프리스와는 거리가 먼 흰색 박스 형 미니밴이라고 전혀 잘못 짚었던 것이다.
그렇게 한심했는데, 범인들 자신이 전화와 편지 등으로 수사에 도움을 주기 시작했다. 마치, “그렇게도 못 잡냐, 바보들아, 내가 좀 도와줄까?" 라고 하듯이. 경찰이 사건 해결의 열쇠를 손에 쥐게 된 것도 스나이퍼가 경찰에게 직접 전화해서, 또 ‘고백성사’를 하듯 두 가톨릭 신부에게 알라바마 주 몽고메리에서(9월 21일에) 일어난 살인강도 미결 사건을 알아보라고 말해 준 것 때문이었다.
알라바마에서 채취된 지문이 스나이퍼가 남긴 편지의 지문과 일치하고 그것은 존 리 말보의 것으로 밝혀지면서 수사는 급진전하게 된 것이다. 이 정도 되면 잡히고 싶어 안달이 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도대체 왜? 두 사람이 체포된 후에 그들의 범죄 동기에 대해 아, 이것이다 할 수 있는 것이 나오지 못했듯이, 왜 스스로 체포에 도움을 주었는지 알 수가 없다. 엄청난 자신감인가? 우화 속의 토끼처럼 엉성한 경찰이 그런 결정적인 단서를 주어도 잡지 못할 것이라고, 또는 잡더라도 다시 놓칠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타로(Tarot) 카드에 “I am God" 라고 쓰고, 또 한 편지에서 “Call me God" 라고 썼던 범인들은 정말 자기들이 신이라고 믿었던 걸까? 하기야 누가 죽고 안 죽는 것을 이들이 결정했으니, 그 것은 신의 일이 분명했다. 히틀러가 그랬던 것처럼.
어느 시사 잡지를 읽으니, 이 것에 관해서 두 가지 수긍이 가는 의견을 펼치고 있었다. 첫째는 어느 시점부터 살인범은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밝히고 싶어진다는 것이다. 인간에게 공통되는, 자신이 한 일에 대한 인정을 받고 싶은(take a credit) 심리 때문이라고 한다.
둘째는 아무리 이들이 해괴하고 괴물 같더라도, 마음 한 구석에서는 자신이 하는 일이 천인공노할 범죄라는 것을 안다는 것이다. 그래서 흔적을 남기고 경찰과 대화를 하기 시작한다. 내 힘으로는 그만 둘 수가 없으니, 누군가 나를 그만 두게 해달라는 심리가 있다는 것이다. (“Somebody stop me, because I can’t stop myself.") 여기에 내가 하나 더 붙이자면, 이들은 돈 떨어진 후에는 목욕도 못하고 차 속에서 잠을 자면서 늘 도망 다니는 생활에 지치기 시작했을 것이다. 이들을 체포한 경찰의 제 1성이 “거 냄새 지독하구만!" 이었다.
무엇이 사람들을 연쇄살인자로 만드는가? 그들도 태어날 때부터 살인범은 아니었을 것이다. 존 무하마드의 경우 군대에서 사격점수가 좋은 것을 인정받은 것을 제외하고는 모든 것에 실패한 사람(loser)이었다는 것을 그가 사회에 분풀이를 하게 된 동기로 보는 사람들이 있다. (뒤늦게 돈을 요구했지만 그것이 참된 동기라고 전문가들은 보지 않는 것 같다.) 겨우 17세인 말보의 경우는 존 무하마드의 완벽한 통제 아래 살면서 범죄에 가담하게 됐다는 관점도 있다. 나는 모르겠다. 어떤 동기나 이유도 이 끔찍한 범죄를 정당화할 수 없고, 말보가 정말 강제로 가담했다면 몇 달에 걸친 살인 행각 중 도망칠 수 있는 때가 한 번도 없었을 리 없다는 것 이외에는 정말 모르겠다. 살인 목적으로 개조한 자동차 안에서 엎드려 총을 겨누는 스나이퍼의 이미지는 정말 소름이 끼친다. 병든 사회가 병든 사람들을 만든다. 우리는 어떻게 무엇을 해서 이 병을 고치는 데 한 몫을 할 수 있을지….
/애팔래치안대 정보기술 시스템 분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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