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는 동지 그믐달이라면 팥죽 쑤어먹고 찹쌀떡 구워먹고 윷놀이하는 재미를 생각하는 달이지만 이제는 크리스마스의 달이다. 또 많은 한국인에게는 좋든 궂든 망년회나 송년회로 흥청거리는 달이기도 하지만.
우리 직장에서도 크리스마스 행사가 이번 주만 해도 둘이나 된다. 하루는 우리끼리 조촐히 팟럭(potluck)하고 다른 날은 거창한 파티다. 그런데 나는 크리스마스 특별 요리가 아닌 한국음식을 장만하고 있다. 불고기와 깍두기 김치다. 동료들의 간곡한 요청에 의해서이다.
음식을 준비하면서 생각하니 올 들어 나는 김치외교(?)를 꽤 많이 한 것 같다. 작년부터 동양식 전통 요리를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있어서 조금씩 배우다보니 자신이 생겨 내 멋대로(?) 응용해본 솜씨를 여러 사람들에게 조금씩 실험해본 결과 이 음식들이 인기를 얻은 것 같다.
이민 100주년 기념으로 한국을 빛나게 한 이들을 꽃차로 실어 행진한다는데 나도 그 공으로 꽃차 위에는 못 타도 뒤에 따라가는 행렬에 끼어볼 만은 하다는 생각을 하며 혼자 웃어본다. 물론 우스개 소리지만.
사실 미국인과 타인종 이민자들에게 한국 음식 맛을 들여주고 요리법을 가르쳐주는 것은 정말 보람 있고 재미있는 노릇이다. 한국음식에 맛들인 나의 한 미국인 친구는 새크라멘토에 올적마다 “제일 먼저 가 보자” 하는 곳이 한국식당과 한국식품점이다. 우리 집에 놀러오는 미국인들은 명절이나 생일을 막론하고 언제나 묻는다-한국음식이 나오는가 하고. 그만큼 한국음식이 맛있다 한다.
그래서 나는 프랑스 요리, 이탈리아 요리, 멕시칸 요리 등 서양요리도 어지간히 하는 정도이지만 언제나 즐거이 한국 음식을 대접한다.
이런 점을 생각해 보니 올해에는 우리 모두 조금 다른 식의 파티는 어떨까. 한국인들끼리 하는 각종 파티는 미국식으로, 미국인이나 외국인들과 하는 파티는 우리 모두 한국식을 곁들여 김치 파티를 여는 것이다. 미국인들에게 한국 김치의 매력을 입을 통해서 느끼게 하는 것보다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지름길은 없을 것이다.
12월에 또 한가지 우리가 보여줘야 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깨끗한 파티 모습이다. 둘만 모여도 술병이 바닥나는 한국인의 모습-음주 운전, 사고 등-이 창피한 악습을 버려보자. 우리가 미국인들에게 보여줄 것도 많지만 배울 것 또한 많다.
그중 하나는 손수 만들어 선물하기다-수예품, 각종 케이크나 별미과자, 잼, 소스 등등… 참 아름다운 풍습이다. 우리도 동양식 맛 간장을 손수 만들어 선물해 보면 어떨까, 아주 인기가 좋을 것 같다.
박정현<가주 정부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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