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여학생의 무고한 사망을 무죄로 판정된 후 미국지위협정 개정문제를 중심으로 하여 민족적인 분노가 만만치 않게 퍼지고 있다. 두 여학생의 희생이 도화선이 되어 불붙기 시작한 겨레의 노여움이 세찬 산불처럼 번져가고 있다.
최근의 사태는 월드컵 4강 신화로 인해 해방감을 만끽했던 민족의 정기와 깊은 관계가 있다. 미군이 6.25동란 이후 계속 보여준 “오만함” 을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민족적 결단이다. 미국은 우리의 안보를 위해 한국에 주둔하고 있지만 그동안 미군이 취해 온 태도는 한 국민의 자존심이나 감정을 무시한 강자의 거만과 무례함이 아니었나. 굴욕과 열등의식이란 감정이 드디어 발화점에 달한 것이다. 단순히 군대 지위 협정이 잘못되었다는 문제가 아니다. 우리 마음 심층에 깔려왔던 불만이 활화산처럼 터진 것이다.
미국과 한국정부 당국은 이일을 대처함에 있어 지나칠 정도로 안일하고 허술했다. 한국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는데 실패했다. 나는 32년 전 이민 오기까지 3년 반 도안 SOFA일에 직접 관여한 적이 있다. 한국정부 대표들은 나라의 권익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양보에 양보를 거듭하여 제정된 것이 오늘날 우리가 보는 군대 지위 협정이다.
한국 정부관리들은 나라 살림을 해본 경험이 없었다. 미국과 상대해서 진지하게 협상을 해본 적이 얼마나 있었겠는가. 3년 반만에 내가 얻은 느낌은 주권의식의 결여였다. 한국관리들에게는 내 나라는 강한 의식이 없었다. 많은 경우 마지못해 억지로 회의에 참석하는 정도였으니 말이다.
인간에게는 “정당하게 인정받으려는 욕구”가 있다. 이 같은 욕구가 충족되지 못한다면 우리 민족 정기는 기를 펼 수가 없다. ‘붉은 악마’들은 가난을 모르고 구김살 없이 난 새로운 세대다.
저들은 기성세대처럼 굴욕을 밥먹듯 하고 자라질 않았다. 컴퓨터와 인터넷, 그리고 휴대용 전화를 필수품을 알고 자라 난 세대가 아닌가. 이런 창조적 에너지가 우리 시대 정신의 기틀이 될 때 군대 지위 협정의 개정은 부산물로 따라오리라 믿는다.
조동빈/ 알햄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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