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살면서 내 주위에서 "감사합니다"와 "미안합니다"란 말을 소문나게 잘 하는 사람은 단연 한국 유명 패션 디자이너 K씨이다.
15여년 전 K씨를 일 관계차 자주 대해온 여기자들이 어느 날 모여 한 이야기가 있다."K씨는 유엔 대사 부인이나 패션 담당기자나, 촬영 배경을 위해 드라이아이스 통을 들고 온 종업원이거나 누구에게나 "감사합니다"와 "미안합니다"하는 말을 깍듯하게 해. 일을 함께 하는 동안 그가 가장 많이 쓰는 말이지.""그것이 K씨의 최고 장점인 것같아. 다른 아쉬운 점을 일시에 제거해 버릴 정도로 사람의 마음을 돌려주거든."
(취재원이나 그 자리에 없는 다른 사람 흉보는 차원에서가 아니라 여자들이 모처럼 한가롭게 모여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자연스레 나온 수다 차원으로 들어주기 바란다.)
다른 사람 칭찬이나 장점을 이야기 하다보면 나 역시 그렇게 되고 싶다.
더구나 말 한마디를 잘 해서 주위사람에게 겸손하다, 친절하다, 상냥하다는 말을 듣는다면 왜 안하려 들겠는가? 힘 쓸 일도 아니고 더구나 돈 한푼 안드는데 말이다. 나 역시 그 때 이후 "감사합니다"와 "미안합니다"를 자주 하려고 한다.
자존심, 체면 그런 것 따지면 절대로 입도 안떼고 싶고 ‘내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뭐’하면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 것 같지 않고, ‘사람이 그럴 수도 있지 굳이 미안하다고 말해야 하나’ 하고 망설여지더라도 일단 그 말을 써보면 어렵게 풀릴 일이 의외로 쉽게 풀리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그것은 나 자신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상대방이 내게 "정말 본의 아니게 미안하게 됐네"하면 아무리 섭섭하고 화 나는 일이 있었더라도 그 말 한 마디에 기분이 서서히 풀려버리지 않던가. 물론 미국에 살면서 자동차 사고를 비롯 다른 안전사고 등에서는 절대로 타인종 앞에서 ‘미안합니다’는 말을 먼저 하지 말 것을 주위에서 충고하고 있다. 그것은 이 사고는 내가 책임지겠다 하는 것으로 물질적 보상을 다 하겠다고 받아들여진다는 것이다.
만일, 지금 내 주위에서 감정이 상하거나 오해가 있어 자칫 분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면 시간 끌지 말고 먼저 "미안하다"고 사과하자. 은혜와 감사의 계절이라는 연말 연시 아닌가.
곧 크리스마스도 다가온다. 감사와 사랑을 전하는 연말 연시, 반드시 물질로만 전하려고 하지 말자. 주머니가 가볍고 형편도 어려운데 굳이 선물로 하려들면 누군 하고 누군 안 할 수도 없고, 싸구려도 할 수도 형편에 넘치게 할 수도 없으니 이래저래 부담스럽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크리스마스 카드에 상투적인 문구로 성의 없게 보낼 카드라면 보내지 말자. 쓸데없는 인사치레 하다가 괜한 우표 값만 버린다.
진심 어린 마음을 담은 편지 한 장, 정성껏 고른 카드 한 장, 시간이 나면 직접 만든 카드 한 장에 상대방과 나 사이에 가장 적합한 말을 찾아 연말 연시 인사를 전하는 방법도 있다.그러나 가장 확실한 방법은 이 해가 가기 전에 얼굴 한 번 보여주는 것이다.
어렵더라도 시간을 내어, 점심이나 저녁 먹을 시간이 안된다면 따스한 김이 오르는 차 한잔 앞에 놓고 마주앉아, 두 눈 마주치며 담소를, 상대에 따라서는 다정스레 두 손 맞잡고 지난 1년간 보살펴 준 후의에 ‘그때 정말 잘해주었다, 내게 큰 위로가 되었다’며 감사의 뜻을 전하자.
서로간 정이 모자랐거나 사이가 소원했다면 따뜻한 체온이 오가는 손을 맞잡고 ‘그동안 나로 인해 받은 상처에 대해 정말 미안하다’고 사과하자.
이처럼 지난 1년간 마음속에는 있지만 쑥스럽고 면구스럽고 남부끄러워 못했던 말, 가슴속에 품었던 말을 이 해가 가기 전에 꺼내어 "감사합니다", "미안합니다", "사랑해요"하고 말해보자.
그래도 못다한 말이 남지 않도록 신세 진 분, 고마운 사람, 사랑하는 이에게 확실한 말을 남기자. 새해가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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