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부진 털고 재기 꿈”
지난해 프리에이전트로 정들었던 LA 다저스를 떠나 텍사스 레인저스와 5년간 6,500만달러에 계약한 ‘코리안 특급’ 박찬호. 미국에 진출하면서부터 8년간 몸담았던 제2의 고향 LA를 떠나 텍사스에서 새 출발한 박찬호에게 2002년 시즌은 한마디로 ‘악몽’이었다. 팀과 지역은 물론 리그까지 모든 것이 낯선 곳에서 거액의 계약을 받은 한 팀의 에이스에 걸맞게 당당하게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지만 의욕이 앞선 탓인지 출발부터 스탭은 어긋나기 시작했고 결국 시즌 전체가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박찬호의 불운은 정규시즌이 시작하기도 전에 시작됐다. 마지막 스프링 시범등판에서 수비 중에 다리 햄스트링을 다친 것. 충분한 휴식과 치료를 필요로 하는 미묘한 부상이었고 구단에서도 완전히 나은 뒤 등판을 권했으나 에이스라는 자부심과 거액 몸값에 걸 맞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조급함에 눈이 먼 박찬호는 고집스럽게 개막전 등판을 고집, 이를 관철시켰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오클랜드 A’s를 상대로 5이닝동안 9안타로 6실점하며 패전투수가 된 것은 둘째치고 시범경기의 부상을 더욱 악화시킴으로써 생애 첫 부상자명단(DL)에 올라 다음 6주간을 등판하지 못한 것은 자신은 물론 팀에게도 치명적인 타격을 준 것이었다. 큰 기대를 걸고 팀의 기둥으로 영입한 에이스가 시즌 시작과 함께 주저앉았으니 레인저스의 가냘픈 희망은 거의 시작과 동시에 사라지고 만 셈이었다.
4월1일 개막전 등판이후 근 40일만에 다시 마운드에 오른 박찬호는 5이닝동안 1실점으로 승리를 낚으며 잠깐 반짝했으나 그 이후로는 가시밭길의 연속이었다. 6월7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전에서 2회를 넘기지 못하고 8안타 9실점으로 참담하게 무너진 뒤 마운드를 내려갈 때는 홈팬들의 야유세례를 받기도 했다. 방어율은 6, 7, 8점을 넘어 10점대까지 솟구쳤다.
하지만 박찬호는 최악으로 치닫는 듯 하던 시즌에 어느 정도 제동을 걸 만한 저력이 남아 있었다. 비록 고비에서 번번이 무너지긴 했어도 6월 중순이후부터 회복의 조짐을 보여주기 시작한 것. 승운이 따르지 않아 이길 수 있는 경기를 놓치는 케이스도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 번 어긋난 시즌을 완전하게 되살리기는 쉽지 않았다. 8월 중순부터 파죽의 5연승을 따내며 에이스 자존심의 마지노선은 시즌 10승에 1승 앞으로 다가섰으나 마지막 3번의 등판에서 끝내 1승 추가에 실패, 풀타임 메이저리그 선발투수가 된 후 처음으로 시즌 10승 달성에 실패하고 시즌을 마감했다. 9승8패, 방어율 5.75. 두말할 필요 없이 실망스런 성적이나 모든 면에서 최악의 상황임에도 불구, 생애 메이저리그 커리어중 한번도 시즌 승률 5할 밑으로 떨어지지 않은 기록을 살려간 것과 마지막까지 시즌 10승의 희망에 도전할 수 있었던 것은 내년 시즌 재기의 희망을 읽을 수 있게 해준 것이었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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