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칼럼
▶ 김명욱<목회학 박사. 종교전문기자>
승자와 패자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인 것 같다. 한국 제16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노무현 당선자. 15대에 이어 16대 대선에서도 고배를 마신 이회창씨. 둘의 차이는 너무나 현격하다.
대선에 2등은 없다. 1등 즉, 승자만이 정상에 우뚝 선다. 정상에 우뚝 선 노무현 당선자는 당선이 확정된 순간부터 모든 것이 바뀌었다.
우선적으로 바뀐 것은 20일 청와대에서 경호원 30여명이 노무현 당선자에게 파견됐다. 경호원들은 당사에 있는 노무현 당선자와 주택에 있는 그의 가족들까지 밀착 경호하고 있다. 평소 가까웠던 친지나 국회의원들, 당직자들조차도 비표 없이는 노무현 당선자를 만날 수 없다. 방문객들은 일일이 몸 검색을 받는다.
대통령 당선자에게 주어지는 방탄차. 노무현 당선자는 김대중 현 대통령이 사양했듯 방탄차를 사양했다. 이유는 "15년간 운전을 맡겨 온 개인 비서관이 더 편하다"는 것이다. 방탄차로 바꾸면 운전자도 바꿔야 한다. 경호팀은 노 당선자가 이동시 경호도 책임진다. 그러나 노 당선자는 과잉경호는 삼가라고 지시했다 한다.
이회창씨는 20일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대쪽같은 이미지를 국민들에게 심어주었던 그는 결국 두 번의 대선에서 두 번다 고배를 마셨다. 그리고 눈물을 흘리며 은퇴를 선언했다. 이회창씨는 은퇴선언을 하면서 "저는 국민 여러분의 선택을 받는데 실패했고 여러분이 내린 선택을 겸허하게 받아들일 것"이라며 울먹였다.
이회창씨는 평민이 되었다. 이제부터 그는 서민으로 살아간다. 이회창씨의 부친이 사망했을 때가 기억된다. 각계 각층의 조문객 2,000여명이 조문을 다녀갔다. 하늘을 나르는 새도 떨어트릴 것처럼, 빈소엔 조문객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었다. 이유는 단 하나였다. 이회창씨가 대선에 승리할 것을 그들은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빗나갔다. 이회창씨를 따르던 수많은 사람들이 뿔뿔이 흩어지고 있다. 더 이상 이회창씨로부터 얻을 것이 없기에 그럴 것이다. 인심이란 이렇다. 이회창씨를 믿고 민주당과 자민련에서 당적을 바꾸어 한나라당으로 이적한 국회의원들도 앞길을 보장받지 못한다.
20일을 기점으로 이회창씨는 더 이상의 권력을 유지할 수 없는 평민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승자가 된 노무현 당선자는 2003년 2월25일 대통령에 취임한다. 그는 5년 동안 권력의 최고봉에 서서 한국을 이끌어가게 된다. 대통령 당선자가 된지 불과 며칠밖에 안되었지만 당선자의 주위는 사람들로 북새통이다.
날아가는 새도 떨어트릴 권세가 그에게 주어졌기 때문이다. 김대중 정권이 들어설 때처럼, 얼마나 많은 아첨자들이 또 그를 에워쌀지 걱정스럽다. 12월21일자 한국일보에는 승자가 된 노무현 당선자에게 보내는 뉴욕 동포들의 축하와 바램의 말들이 실려 있다. 승자가 된 노무현 당선자는 권력의 최고봉에 올라 있지만 그만큼 국내외 동포들이 바라는 바 기대치에 못미치는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새 대통령에게 바란다"란 제목으로 실린 동포들의 말을 들어보자.
"600만 재외동포를 위한 이중국적 문제와 참정권 문제 해결을·한인2세들 정체성을 위한 국가 이미지 제고를·햇볕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치기를·해외동포 지위향상을·미주동포 업체들과 한국 기업간의 협력 및 교류를·특정 계층에 치우치지 말고 서민층을 위한 정치를·
하나님을 두려워하고 국민을 사랑하기를·궁극적 평화 통일을 이루기를·자비와 보살행을 실천하기를·자라나는 젊은이들에게 올바른 비전을 실천하는 참된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주기를·청소년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공교육의 내실을 기하는데 힘써주길·한국의 청소년들이 세계속의 한국인으로 성장하기를·한국문학 해외 보급에 관심을 기울여주길·해외동포 네트웍 구축을·참신한 개혁정치를·
언론의 자유와 인권문제에 관심을·문화예술에 대한 적극 지원을·재외동포 학생들을 위한 교육적 지원을·현명한 대미관계를 통해 동포들이 미국땅에 떳떳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해외 유학생 취업자들의 처지를 고려해 주기를"등이다.
이렇듯 승자에게 보내는 해외 동포들의 바램은 다양하다. 최고의 위치는 최고의 외로움을 가져올 수 있다. 김대중 정권의 취약점을 보완해 그동안 새천년민주당이 달성하지 못한 미흡한 점들을 과감하게 개혁 실천해 역사에 남을 대통령이 되어주길 바랄뿐이다. 승자든 패자든 다 하늘 아래 일이다. 하늘의 뜻에 따라 한국을 이끌어가는 승자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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