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을 통하여 알게된 뜻밖의 소식에 우리 아파트의 노인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두 손자가 불치의 병에 걸렸다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바로 우리 아파트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5살, 7살의 아이들이 동부로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된 아파트 노인들은 조그마한 성의라도 표시하자며 모금을 하기로 하였다.
어떤 할아버지가 100달러의 수표를 썼다. 그것을 본 옆의 노인들도 너도나도 적으나 많으나 주저함없이 성의를 표시했다. 외국노인들도 매니저도 참여했다. 사랑의 성금은 금방 모아졌다.
나라에서 주는 월페어를 받고 사는 노인들로서는 참으로 큰 사랑의 표현이었다. 끈질긴 성실함과 인색하도록 철저한 내핍생활을 신조로 실천하며 살아가는 노인들이다. 그러나 일단 중대한 일이 일어났을 때는 앞장서서 아낌없이 협력하는 모습들이 과연 멋이 있다.
인생의 겨울을 맞고 있는 60세이상의 노인들은 과거의 많은 상처와 아픔이 있다. 8.15해방의 기쁨을 맛볼 사이도 없이 남북을 가로막은 3.8선, 곧 찾아온 6.25전쟁의 참혹함, 그 무서운 공포와 긴장 속의 배고픔과, 숨막히는 더위, 얼어 죽을 것만 같던 추위, 한맺힌 가슴을 부여안고 많은 인내로 간신이 살아온 기나긴 세월이었다.
지난날 그런 죽음의 길에서 살아온 강인한 용기를 가진 노인들이기에 다른 사람의 아픔과 괴로움도 내 일처럼 이해하고 나누고 위로할 줄 안다.
노인들의 따뜻한 사랑의 마음이 듬뿍 담긴 봉투를 받아쥔 두 아이의 할아버지는 눈물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인간의 방법으로는 더 이상 희망이 없어 모든 것을 하나님께 맡깁니다. 여러분의 따뜻한 사랑에 보답할 길을 오직 저의 손자들이 기적적으로 완쾌되어 여러분앞에 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디 기도 많이해 주십시오”
그는 목이 메어 더이상 말을 잇지못했다. 아이들이 반드시 치유되기를 기도하는 노인들의 간절한 소원이 이루어지기를 두손모아 빈다.
김신복/레이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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