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한국과 최초로 공식적인 관계를 맺은 것은 1880년대이었지만 당시 러시아, 청나라, 일본과 같이 한반도에 깊숙이 개입하지는 않았다.
세계 2차 대전 종료 후에 해방, 미군정, 건국, 6.25전쟁, 부흥원조, 안전보장 지원 등의 과정을 거치는 동안 한국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게 되었다.
미국의 동북아에서의 기본 전략은 중공의 팽창과 구 소련의 남진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즉, 대륙세력이 해양으로 진출한다면 하와이섬 이전에서 막아야 하는 외선(外線)의 방위전략이 무너져 미국 영역에서 직접 충돌해야 하기 때문 이다.
뿐만 아니라 동북아 지역의 전략기지로 활용되는 일본을 보호하고 한반도가 적화될 경우 일본 스스로 핵을 개발·보유해야 하는 사태를 미리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미군은 해방군으로서 한반도 38도선 이남에 1945년 9월에 약 7만명이 상륙했고 1949년 7월에 한국을 미국의 방위권에서 제외하여 500명만 남기고 철군했었다. 북한은 이 허약한 시기를 노려 6.25전쟁을 일으켰다.
북한 공산군의 남침이 있자 한국의 긴급 요청으로 미군이 32만7,000명이 참전했다.
전쟁이 끝나자 24만명이 철군하고 1967년에는 5만6,000명이 주둔했었다. 그런데 1968년에 청와대 기습사건과 푸에블로호 사건으로 6만7,000명으로 증강되었다.
1969년 7월 닉슨 독트린으로 감축되어 4만4,000명으로 감축되었으며 1977년 카터 대통령의 선거공약에 의해 완전 철군을 감행하려 했으나 한국 정부와 국민 특히 미8군사령부 참모장 싱글러브 육군소장의 반대로 절반만 철군하고 중지했다. 그리하여 오늘에 이르러 3만5,000여명이 주둔해 왔다.
이와 같이 한반도의 정세와 미국의 대외정책 변경에 따라 다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감축과 증강의 기복이 심했다. 과거에는 우리가 필요해서 미군 증강을 요청했었고 지금은 철군을 요구하는 불행하고 위험한 사태에 이르렀다.
앞으로 미국은 동북아의 세력 균형과 안전을 위해 직접 나서지 않고 일본으로 하여금 대행시키기 위해 핵무장까지도 묵인할지 모른다.
우리는 여기에서 주목하지 않으면 안 되는 역사적 사실이 있다. 즉 중국은 고대로부터 한반도와 중국을 순치지국(脣齒之國)의 불가분의 관계로 여겨왔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이는 중국이요, 입술은 한국이다.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려 못 견딘다는 뜻이다. 따라서 중국은 모든 사안에 대해서 종국적으로 북한 편을 들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6.25전쟁 때 한국군과 유엔군이 북진해서 통일 직전까지 갔다가 중공군의 개입으로 80만명의 인해전술에 후퇴의 고통을 겪어야 했다. 또한 오늘날 중국은 500여개의 핵무기를 가진 막강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음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이와 같이 한반도에는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그중 해양세력은 미국과 일본이다. 그러나 우리는 해양세력의 하나인 일본을 아직도 믿을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미국만을 믿고 살아왔다. 한반도에서의 불량하고 도전적인 대륙세력을 억제할 수 있는 세력은 미국밖에 없다.
월남전 초기에 미101 공수부대 전우들과 함께 정글을 누비며 피를 흘렸던 한국군의 보병소총 중대장의 한사람으로서 미국 당국에 절규한다.
우리 남한은 미국에 의해서 해양세력을 선택하여야 했고 우리는 잘된 선택으로 여기며 살아왔다. 입안의 혀도 깨물 때가 있는데, 해양세력을 선택하게 한 미국이 남한을 쉽게 떠나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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