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외교가 보기에 너무 딱하고 한심하기 그지없다. 대통령 친서를 갖고, 북한을 방문한 대통령 특사는 공연히 며칠동안 쓸데없는 사업사찰을 하면서 면담을 기다렸으나, 끝내 면담이 거절당한 채 빈손으로 돌아왔다.
노무현 대통령당선자의 친서를 부시 대통령에게 전달하려 미국을 방문한 특사는 별의별 노력을 다했으나, 끝내 부시 대통령을 만나지도 못하고 빈손으로 돌아왔다. 부시 대통령을 거만하다고 나무라기 전에 우리 자신의 특사들이 한심하다.
계속되는 한반도의 반미감정과 끊임없는 미군 철수의 데모로 인해, 미 국방부에선 어제 주한미군 철수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 했다.
미국의 여론도 한국을 영국과 같은 강력한 동양의 동맹국으로 생각해 왔다가 폭발하는 반미데모에 크게 실망하고, 심지어는 배신감까지 느꼈다고 보도했다. 하루에도 미군철수를 요구하는 수백 통의 편지를 각 지역 주민들로부터 받았다고 미 연방의원들이 내게 전해왔다. 그렇게 싫다는데, 왜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지, 몽땅 철수하라는 내용의 편지다.
미군이 철수하기 시작한다면 군사적 문제도 심각하지만 경제적 타격, 국제적 고립이 더욱 심각하다. 또한 북한이 결코 남침 안 하리라는 보장도 없다. 해외투자가들이 불안한 미군철수를 바라보면서 투자를 상환하기 시작하면 우리의 주 시장은 물론 한국 경제에 커다란 타격이 올 것이란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한편, 북한이 핵무기를 가졌다는 것이 확실해지면 한국에 대한 안보 불안으로 국제시장에서의 신뢰도가 떨어지면서 한국의 경제는 커다란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안보 불안은 곧 경제 불안으로 연결된다. 다시 말하면, 미군이 철수해도 문제고, 이북이 핵무기를 가져도 문제다.
이런 판에 우리 외교는 어떤 뚜렷한 목표도 없이 넓은 바다에서 이리저리 표류하고 있는 것 같다. 남의 일처럼 쳐다보고 북한과 미국이 알아서 잘 처리해 줄 것이라고 믿기에는 사태가 너무 심각하다.
정부는 남북철도 연결, 금강산 육로관광을 서두르고 있고, 나라를 걱정하는 사람이 귀찮은 존재로 취급당하는 사회로 바뀌었다. 이북 핵무기, 반미감정 문제를 꺼내는 사람은 ‘왕따’ 당하는 사회로 변했다.
지금 미국은 북한과의 직접 대화보다는 국제사회의 압력을 원한다. 중국, 러시아, 일본의 협조를 원한다. 한국은 그 안에서 빠졌다. 차기 정부는 빠른 시일 내에 대미정책을 뚜렷이 결정해야 한다.
50년 동맹국인 미국과 같은 피의 민족인 북한을 양손에 놓고, 어떻게 처리할지 분명히 해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 중재 역할이 아니라, 직접 정면돌파의 외교술을 펴야 할 때가 왔다.
김창준
전 미연방하원의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