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자 ‘노당선자에게 바란다’란 제목의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국대사의 글을 보고 도무지 가만있을 수 없어 해외 체류 중에 글을 쓰게됐다.
그레그는 아무리 화려한 한반도 문제 경력을 가졌다고 해도 북한에서 살다온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유감스럽게도 상식도 못 가졌다고 느껴진다. 괜히 화려한 경력자라는 인지도로 북한에 대한 혼란만 줄 것이 우려된다. 한마디로 그의 북한관은 자유 세계의 사고로 김정일 정권을 재단한 것이 잘못이다.
그는 북한의 문제점은 지도자 김정일보다는 북한 군부에 있다고 하였다. 이러한 견해는 김정일을 유일한 지도자로 하는 북한 정치체계의 상식도 모르는 견해이다. 김정일은 당 총비서일 뿐 아니라 노골적으로 지칭하는 것처럼 국방위원장으로서 정규 인민군과 민간 무력의 총사령관이다. 또한 그는 정보기관의 총책임자를 따로 두지 않아 사실상 국가안전 보위부의 총책이기도 하다.
이러한 유일한 지도자 김정일이 북한 군부의 눈치를 보는 듯이 평가한 것은 북한이 마치 권력이 분리된 자유국가처럼 보는 치명적 오판일 뿐이다. 김정일은 자기의 의지만 있으면 무엇이든 결단할 수 있는 절대권력자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따라서 문제는 군부가 아니라 김정일 절대권력자에게 있다.
다음으로 그레그의 오판은 변화가능한 김정일이 실각되고 보다 폐쇄적인 군부를 상대할 때는 지금보다 훨씬 위험하다고 본 견해이다. 단언하건대 김정일 정권 이상 더 위험한 정치집단은 북한에 없다. 왜냐면 아버지 김일성과 아들 김정일에 이은 반세기 동안의 신정 및 왕조 정권과 같은 역사를 가진 정치집단은 없기 때문이다.
공산당 역사를 보아도 이는 잘 증명된다. 절대화된 공산 지도자의 전형은 스탈린, 모택동, 김일성이다. 스탈린이 죽자 이를 후계한다는 말렌코프, 모택동이 죽자 이를 후계한다는 화국봉 시대에는 근본적인 변화란 없었다. 왜냐하면 오류가 없다는 ‘신정’(神政)이기 때문이다. 변화는 신정이 지난 후르시초프와 등소평 시대에 왔다.
북한은 말렌코프, 화국봉 시대와 같은 김정일 시대에 와있다. 김정일 시대가 지나가면 공산 역사가 보여 준 것처럼 그레그가 염려하는 더 무서운 반개혁적인 세력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만약 군부일지라도 오히려 개혁 개방하는 세력으로 될 것이다. 이들은 ‘신정’의 역사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민복
전 북한과학원 연구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