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없어 죽고 싶지 않습니다”란 이 말, 한참 살 나이에 죽고 싶다는 것도 아니고 부모 앞에서 죽을 수 없다는 것도 아니다. 무슨 뜻인지 얼른 감이 잡히지 않지만 돈과 관련이 된 말인 듯 싶다.
이 말은 얼마 전 한국에서 백혈병 환자들이 골수성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의 의료보험 적용을 요구하며 시위를 할 때 내 건 피켓의 내용이다. 초기 골수성 백혈병 환자일 경우 하루 4알의 ‘글리벡’ 치료제를 복용해야 하는데 한 알의 약값이 20~30달러이니 그럴 법한 항변일 수 있다. 골수성 백혈병 환자들이 거리로 나와 “돈이 없어 죽고 싶지 않다”는 피켓을 들고 울부짖고 있는 것은 일대 비극이다.
나라가 어려울 때 충신을 생각하고, 몸이 아플 때 명의(名醫)를 생각한다고 한다. 무덤 속에서 생명을 끌어내고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까지 사랑했던, 그리고 벼슬이 정1품 보국숭록대부에까지 이르렀지만 ‘대감’으로 불리는 이 집 누옥에는 여전히 가난한 병자만 득실거릴 뿐 변변한 양반 갓 하나, 가마하나 없었던 심의(心醫) 허준(許浚), 이 허준이라면 이 일을 어떻게 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산다는 것은 결국 끊임없이 죽음의 문제와 씨름하며 지새는 시간들이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숙제와 함께 우리의 영원한 숙제이다. 억울함이 없이 죽는 것, 고통 없이 죽는 것은 거리로 나온 그들 백혈병 환자만이 아니다. 우리 모두의 소망이다.
뉴저지에 살고 있는 7세난 백혈병 소녀 예다나 염양을 살리기 위한 채혈 운동이 애틀랜타에서도 적십자사와 한인 교계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염양은 6개월 내 골수이식 수술을 받기 위해 3개월 내 유전자가 같은 사람을 찾아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있다.
7세라면 삶이 무엇이고 죽음이 무엇인지도 모를 나이다. 양손에 인형을 안고 창가에서 무엇인가를 바라다보고 있는 순진하기 만한 이 염양의 사진이 인터넷에 실렸다. 훗날 이 사진이 본인에게 사랑의 추억으로 남고, 이 추억이 또 다른 사랑의 추억으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장익환/애틀랜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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