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에서 한 친지의 집안 어른 되시는 부부의 회혼식이 있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회혼식이 무엇인지 모를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왜냐하면 나도 금혼식까지는 들어보았는데 회혼식이라는 말을 그때 처음 들어 보았기 때문이다.
간단히 설명하면 부부가 결혼한 지 6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이다.
그 날의 주인공이셨던 부부의 나이는 남편이 86세이고 아내는 83세였다. 왜 우리가 이 회혼식이라는 말을 평소에 듣지 못했는가를 이제 이해했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 회혼식이라는 잔치를 우리가 쉽게 들을 수 없는 이유는 설명을 더 들어야 했다. 단지 부부가 결혼한 지 60년이 되었다고 회혼식을 할 수 있지 않다고 한다. 즉 햇수를 채우는 것만으로는 자격이 있지 않다는 의미이다. 부부가 건강해야 함은 물론이고 하나라도 먼저 간 자식이 있어도 안되며 사회적으로 잘못된 자식이 있어도 회혼식을 할 자격이 안 된다고 한다. 60년 해로만도 쉽지 않은 일이건만 또 다른 조건이 있다니.
빠찡꼬라는 놀이가 있다. 빠찡꼬는 맨 위의 시작지점으로부터 구슬이 여러 가지 방해를 피해 마지막 지점에 도착하는 놀이이다. 이것을 피하면 저것이 나타나고 저것을 피하면 또 다른 것이 방해를 한다. 마지막 지점까지 모든 방해를 피해 도착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바로 이 빠찡꼬를 보면 우리의 인생이 보인다.
나도 이제 50여 해를 살고 보니 인생을 무탈하게 지내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가를 절절히 이해하고 있다. 빠찡꼬의 방해 같이 인간의 삶을 굴절시키게 하는 악재들이 도처에서 노리고 있다. 돈을 벌었지만 건강을 해친 사람들, 사회적 성공을 거두었지만 부부가 화목하지 못한 사람들, 부부가 사별한 사람들, 자식을 먼저 보낸 사람들, 자식이 병약하여 걱정이 많은 사람들, 자식이 어떤 사유로 불행을 겪는 사람들, 또 성공한 인생인 줄 알았는데 어느 날 날벼락같이 닥치는 불행으로 좌절하는 사람들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장애들이 우리를 넘어뜨리려 한다.
회혼식을 거행한 노부부는 3남4녀를 두셨는데 본인들의 성공적 삶은 물론 7남매도 하나 같이 사회적 성공을 거두었으며 동시에 가정적 성공을 거두었다. 손자 손녀들까지 모두 훌륭하게 성장하고 있다. 독실한 기독교인인 이들 가족은 모든 것을 하나님의 은혜로 돌리지만 세상적인 눈으로만은 그냥 기적이다.
파티의 하이라이트는 환호와 박수갈채로 장식된 팔순의 나이라고 믿어지지 않는 낭랑한 목소리로 부른 할머니의 찬송가 독창이었다.
단순히 회혼을 축하하는 마음 외에도 나는 이를 수 없는 경지에 이른 두 분에게 마음속으로부터 경의를 표했던 기억이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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