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나의 팩스로 어느 변호사 사무실에서 빚 독촉하는 문서가 들어왔다. 5,000달러 상당의 액수였다. 그 쪽에서 수 차례 전화를 했을 때 내가 집에 없어서 전화를 받지 못했는데 그들은 내가 전화를 피하는 것으로 짐작하고 팩스를 보낸 것이다.
팩스 문서를 검토 해보니 나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Bank of America 크레딧 카드에 대한 빚 독촉이었다. 빚을 독촉하는 변호사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서 “내가 빚진 사람이 아니다”고 해도 그들이 믿어줄 것 같지가 않아 사전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신용카드를 발급한 Bank of America에 전화를 걸어서 내 이름을 대고 상황을 설명하면서 “카드 신청한 주소가 어디냐?” “그 사람이 사용한 소셜 번호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다행이 몇 마디의 대화로 그 쪽에서 내가 신분도용 피해자라는 것을 쉽게 인정했다. Bank of America에서 내 이름으로 보낸 카드 신청서를 어느 사람이 가로채 도용한 것이다. 나는 카드신청 원본을 보내줄 것을 요청했다.
그 다음 크레딧 조회회사 3곳에 보안조치를 신청하고 경찰과 연방무역위원회 신분도용 핫라인, DMV, 우체국, 거래 은행, 카드회사 등등 수십 군데 전화로 신고했다.
여기까지 척척 잘 진행되어 “미국이 정말 좋구나. 말로만 들었던 신분도용을 당했는데 이렇게 쉽게 해결하다니”라는 생각도 잠시 했다.
그러나 빚을 독촉하던 담당자는 당장 합의를 하지 않으면 법적으로 처리하겠다고 큰소리 치는 것이다. 그러면서 재판소에 가지 않으려면 자신들이 일방적으로 정한 합의금액 3,000달러를 보내라고 했다.
이미 Bank of America에서 처리해 더 이상 내 문제가 아니라고 말해주고 담당자의 이름과 전화번호까지 주어도 나를 믿어 주지 않는다. 컬렉션 에이전시에서는 불량구좌를 싸게 구입해서 돈을 받아내는 것이 그들의 수입이라고 들었다. 때문에 그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받아 내는 것이 목적이다.
신분도용 피해를 당하고 내 신용을 믿어 주지 않는 상대로부터 또 다른 피해를 입은 것이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변호사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서 민원담당자의 이름을 받아낸 다음 자초지종을 설명하는 편지에 Bank of America 담당자의 전화번호와 경찰신고 번호를 첨부해서 변호사 사무실로 팩스를 보냈다.
그리고 나에게 사과를 할 용건 이외에는 다시 나에게 전화하지 말라고. 물론 그 이후로 어떤 전화도 오지 않았다. “호랑이한테 물려가도 정신을 똑바로 차리면 살아날 수 있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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