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27살의 청년이 되어 훌쩍 나타난 조카가 약 1달의 미국방문을 끝내고 며칠 전 고국으로 떠났다. 장대같이 큰 키에 올 때보다 더욱 마른 몸매를 해서 돌아가지만 그의 눈빛은 더욱 깊어지고 그의 가슴은 정열로 가득 차서 보다 진지해지고 세상을 많이 경험한, 꽤 진중한 젊은이로 돌아갔을 것이라 생각한다.
겨울방학을 이용하여 처음 방문한 이곳에서 단 며칠도 외가에서 묵을 새도 없이 배낭 하나 달랑 메고 그레이 하운드 버스에 올라탄다고 했을 때는 안전하게 홀로 대륙 여행을 할 수 있을까 하고 걱정도 많이 했지만, 그런 걱정이 단지 노파심에 불과하다는 듯이 그는 아주 근사하게 여행을 끝내고 돌아왔다. 구름에 달 가듯이 바람에 구름가듯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면서 말이다.
뉴욕까지는 그레이 하운드로 여행을 하고, 기차로 돌아오면서 그는 무엇을 보았고 무엇을 느꼈으며 무엇을 깨달았을까? 그는 그랜드 캐년에 가서 트레킹을 하면서 수억년을 그 자리에 그저 말없이 서 있는 거대한 자연 앞에서 가진 경외심은 그를 부쩍 자라게 했다고 했다. 수억년을 그 자리에 지긋이 미소 지으면서 서 있는 거대한 자연 앞에서 한 발 늦더라도 길게 보면 결코 늦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는 조카 앞에서 부쩍 커버린 그를 너무나 대견해서 다시 쳐다보았다.
젊음의 향연을 단지 젊다는 이유만으로도 못 누리는 사람들이 많다. 젊음은 기득권을 가짐이요, 젊음은 두려움을 모르고 전진해야 함인데도 말이다. 사람은 늘 생각만 가지고 행동을 못 옮기는 경우가 많다. 많은 사람들은 언젠가 때가 되면 그때 여행을 하겠다고 하지만 여행은 모든 것을 포기하는 순간 모든 것을 얻는 것이 아닌가 한다.
모처럼 5명의 여자들이 쓸쓸한 40대를 잘 넘기기 위한 단합대회(?)를 이탈리아에서 갖기로 하고 남편과 자식들을 잠시 놔두고 4월에 떠나기로 했다. 마음먹기가 힘들었는데 의기가 투합이 되니 너무 즐거워한다. 다들 숙제를 한가지씩 겸한 여행을 하기로 했다. 식당을 하는 두 친구는 이태리 음식에 대하여 연구를 하고, 성악을 전공한 한 친구는 이태리 가요에 대하여 한국 가요와 비교 분석 연구를 하라는 숙제를, 의상을 전공한 나와 한 친구는 연구하기에 앞서 돌아올 때는 이탈리아 여인들의 복장을 하고 돌아올 것만 같다.
엘리자벳 김/샌프란시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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