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동안 벼르다가 드디어 새 컴퓨터를 샀다. 윈도95가 깔려있던 오래된 컴퓨터가 있었지만, 너무 느려서 컴퓨터로서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었다.
컴퓨터를 켜는데도 많은 인내심이 필요했고, 인터넷으로 뭘 좀 보려면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그러다 보니 컴퓨터를 켜는 기회가 줄어들었고 지난 1년간은 아예 집에서 컴퓨터를 거의 켜지 않았다.
컴퓨터에 대한 지식이 점점 없어지고 이러다간 정말 나도 컴맹이 되는 건 아닌가 싶었다. 물론 직장에서 사용하는 프로그램이야 익숙하지만 그 외 컴퓨터에 관한 지식은 거의 컴맹 수준이 되어버린 것이다. 친구들이나 직장동료들과의 대화에서 언제나 나는 바보가 된 기분이었다.
가끔 한국 친구들에게서 오는 편지에는 음악도 들어있고, 사진도 있고, 만화 같은 비디오 편지도 있지만 제대로 볼 수도 없었고 그림들은 펼쳐지다가 연결선이 끊기곤 했었다.
한국이 세계적으로 컴퓨터 산업이 발달되어 많은 사람들이 컴퓨터가 일상화되었다고 하지만, 미국에 살면서 그것도 직장생활을 하는 내가 한국에서 살림만 하는 내 친구들보다 뒤쳐져서야 되겠 는가.
그래서 이번에 크게 결심을 하고 새 컴퓨터를 사기로 작정한 것이다. 그러나 막상 새 컴퓨터를 사기로 했으나 처음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도대체 어떤 제품이 좋은지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친구들에게 조언을 구하니, 데스크탑을 원하는지 랩탑을 원하는지, 어떤 프로세서인지, 속도와 용량, 또 주로 어떤 종류의 프로그램을 사용할 것인지, 그 질문에조차 대답하는데 힘이 들었다. 그러다 보니 컴퓨터를 구입하는 데도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이제 나도 최신 컴퓨터를 가졌다. 윈도XP는 한글버전을 따로 설치할 필요도 없이 한글을 워드 프로그램에서 사용할 수 있으니 신기하기도 했다. 인터넷에 들어가 옛날에 듣던 포크송도 듣고, 친구에게서 온 뮤직비디오 편지도 읽을 수 있었다. 이렇게 좋은 것을 진작 사지 못하고 몇 년을 끌어오다니.
이젠 컴퓨터와 자주 시간을 가지면서 알고 있는 프로그램도 좀 더 익숙한 수준으로 만들어야겠고, 친구들과 편지도 자주하고 채팅도 해야겠다.
김헌경/샌프란시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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