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둘 다 대학으로 떠나 큰집을 줄여 작은 집으로 이사를 왔다. 이사짐중 애들이 좋아하던 테디 베어 컬렉션들, 버리기는 아깝고 그렇다고 모든 게 풍부한 이 나라에서 누구하나 좋아라 받을 것 같지도 않아 때만 묻고 있다.
이런 걸 터키 여행 중 만나 크고 새까만 눈동자의 소년 소녀들에게 나누어줄 수 있으면 하는 생각에 일손이 멈추어진다. 살 때는 최신형이라고 사놓은 카메라가 몇 개씩 뒹굴건만 또 새로운 성능 좋은 디지털 카메라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언제나 끝이 나는 것인가? 우리 생활의 모든 것이 이런 식 아닌가. 전자제품이 그렇고, 생활 주변의 모든 것들이 다 그렇다.
컴퓨터의 발전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컴맹’이 어디 한 두 사람인가? 새로운 속도를 따라 잡지 못하는 컴퓨터는 쓰레기가 된다. 그런데 그 새로운 속도는 점점 가속화되어 가고 있다. 그래서 쓰레기 또한 가속도로 양산되어 가고 있는 셈이다. 이런 속도라면 인류가 쓰레기에 묻힐 날이 머지 않은 듯싶다.
올해는 새 것을 사는 즐거움보다는 있는 것을 재활용하고 고쳐 쓰는 즐거움을 누려야겠다. 살 때는 최신형으로 좋은 것 산답시고 기능이 다양한 카메라를 사도 사용법도 익히지 못한 채 자동기능 하나에 의존하면, 또 새것에 밀려 퇴물이 되어 뒹구는 그것들을 사랑해야겠다. 온고지신이라고나 할까.
약삭빠른 상술은 한 술 더 떠서 몇 번 작동을 하고 나면 고장 나기 일쑤다. 휴대용 전축이 서너 개씩 되어도 녹음을 다시 할라치면 제대로 작동되는 게 없다.
끊어지면 다시 잇고 또 이어진 한 뭉치의 고무줄이면 얼마든지 창조적인 놀이가 되었던 우리 누나들 세대의 그런 즐거움을 이 알록달록한 플라스틱 장난감들이 따라갈 수나 있을까 싶다.
현대 경제는 자꾸 소비를 부추기고 있다. 소비지수가 낮아져 불경기라고 걱정들 하지만 줄어든 국민 전체의 소비가 반갑게 느껴지는 건 내가 너무 심한 건가?
박춘식/뉴욕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